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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과 거리 먼 여당 공천,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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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과 거리 먼 여당 공천, 부끄럽지 않은가

입력
2016.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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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민주당과 비교하면 우리의 공천은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막바지에 이른 공천 책임자 스스로도 민망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굳이 야당과 비교할 것 없이 새누리당 자료만 봐도 공천개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부 수도권과 영남지역을 빼면 현역 의원 가운데 공천이나 경선 탈락자, 불출마자는 모두 17명으로 전체 소속의원(157명)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현역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41.7%가 물갈이가 된 19대 공천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16대(36.4%)나 17대(39.1%)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최악의 국회 소리를 듣는 19대 의정활동 수준을 감안하면 가히 역사의 퇴행이라 할 만하다.

이 위원장은 이를 두고 “개혁성을 발휘하기에 무리가 있는 공천 시스템”이라고 자체 진단하는 모양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여당 스스로 지나치게 총선 전망을 밝게 보는 바람에 위기의식이 사라진 때문이다. 이 위원장 자신이 계파 권력투쟁의 중심에 섰고, 공천 원칙은 실종됐다. 공개하기도 어려운 불투명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 예외와 일탈만 돋보였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은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 대다수가 어떻게 하든 총선에서는 압승을 거두게 마련이라는 자아도취 상태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애초에 공관위원장에 외부인사가 아닌 친박계 이 위원장을 앉힌 것부터 패착이다. 계파 나눠먹기 식으로 구성된 공관위원들이 자기 계파 챙기기에 바쁜 마당에 공천개혁이 눈에 들어왔을 리 없다. 살생부 파문이나 사전 여론조사 누출, 윤상현 의원의 막말 같은 일련의 위기가 이어진 것도 책임자의 영(令)이 서지 않는 구조에서 비롯한 문제다. 다선 중진, 최고위원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하고, 계파 깨기 모양새를 과시해 온 야당과 달리 최고위원 가운데 누구 하나 탈락하지 않은 것도 공천심사가 철저하게 계파 안배를 축으로 한 결과다. 14일 대구 지역 중진인 서상기 주호영 의원을 탈락시킨 것은 끼워 넣기에 가깝다.

이 위원장은 텃밭인 영남권과 수도권 등 ‘민감 지역’ 공천 발표를 앞두고 당 정체성, 다선 혜택, 국회의원 품위 등 세 가지를 공천기준으로 들었다. 정체성이 뜻하는 바가 모호한 데다 품위는 이미 예외적 사례가 속출해 편의적 잣대로 전락했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확인된 문대성 의원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매몰돼 법 위반도 서슴지 않은 조전혁 전 의원의 공천은 이 위원장이 말하는 도덕성이나 품위라는 잣대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이러고서 무슨 낯으로 국민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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