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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분노', 이해는 가지만 적절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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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분노', 이해는 가지만 적절하지는 않다

입력
2018.01.18 19:3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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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독이자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검찰수사는)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 전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공식성명을 낸 데 대한 반박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분노'라는 표현에서 보듯 '육성'과 다름없다. 전ㆍ현직 대통령이 맞부딪치는 이례적 사태는 유감스럽다. 양측 모두 정치사회적 긴장과 파장을 최소화하며 상황관리에 나서야 옳다.

문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노기(怒氣)를 드러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개인적 부채의식이 크던 차에,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이 노 전대통령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을 묵과해서는 고인을 두 번 욕 보이는 것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전직 대통령의 반격에 맞대응을 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지만, '명백한 도발'을 방치할 경우의 자괴감과 지지층 불만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한편으로 문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보수진영 결집을 겨냥하는 것을 차단하고 역으로 진보진영 등 지지층에 검찰 수사의 엄정성과 중립성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처럼 말한 데 이어 이재오 전 의원 등 측근들이 공공연히 정치공작 주장을 쏟아낸 까닭이다. 이들이 "우리라고 아는 게 없겠냐"며 노무현 정부의 'X파일'을 공개할 것처럼 위협한 것도 정면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상호 비난과 진영싸움을 부추기는 것은 볼썽사납다. 우리는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나 다스 의혹에 대해 국민에 해명하고 사과해 마땅한데도 되레 정치보복을 주장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문 대통령도 자신의 말 한마디가 정치권과 검찰 등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검찰의 정치중립 다짐을 아직 믿지 못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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