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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FX 기술개발 논란, 차라리 해외 검증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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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FX 기술개발 논란, 차라리 해외 검증이라도

입력
2015.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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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한국형전투기(KFX)에 탑재될 AESA(에이사ㆍ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실물을 공개했다. ADD가 개발 중인 핵심 보안장비를 공개하고 시연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KFX 사업과 AESA 레이더를 둘러싼 논란이 대통령의 국내 개발 지시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ADD는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기술을 미국의 75~80% 수준으로 확보했으며 목표 연도인 2025년까지 국내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DD는 “AESA 레이더 말고 AESA 레이더를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개발 현황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통합기술 개발 계획도 설명하지 못했다. 미국에 기술이전 퇴짜를 맞은 것은 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장비가 아닌, 그 장비를 전투기에 결합해 제대로 된 전투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전투기 운용을 좌우할 소프트웨어를 보여달랬더니 하드웨어만 보여주고 문제없다는 식이다. 더구나 미국의 75~80% 정도를 확보했다는 하드웨어 기술개발 수준의 구체적 산출근거를 묻는 질문에도 결국 보안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KFX 기술개발의 실상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되레 의혹과 궁금증을 커지게 만든 셈이다.

KFX 주요 기술 국내 개발은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방위가 내년도 KFX 사업 예산 670억원을 조건부로 통과시킨 것도 그런 이유다. 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장비의 체계통합 기술개발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가능하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와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국방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KFX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냈고,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전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이 속고 있다”고 까지 했다. 전ㆍ현 국방위원장이 한 목소리로 KFX 사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KFX 사업이 자주국방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분명하지만 우리의 수준과 능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진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KFX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을 통해 기술개발 가능성을 정확하게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이 사업을 점검하고 진단할 ‘KFX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KFX 사업은 차차기 정권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국책과제다. 지금 첫 단추를 잘못 꿸 경우 미칠 피해와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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