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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여검사의 ‘미투’ 특정 사회 국한된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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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여검사의 ‘미투’ 특정 사회 국한된 일 아니다

입력
2018.01.30 19: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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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성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한국판 ‘미투 캠페인’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2010년 법무부 간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글의 말미에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30일 미투 갬페인의 형태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며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고 적었다.

서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폭로 글에서 실명까지 내걸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강압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 논리에 억눌려 왔던 법조계 내 성문제가 비로소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가해자는 지난해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물러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서 검사는 당시 소속 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는 걸로 정리했지만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사건 이후 갑작스런 사무감사와 검찰총장 경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밝혔다. 성범죄 자체도 문제지만 검찰 조직이 피해자에게 인사권을 남용했다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 검사가 8년이 지나서야 이런 사실을 폭로하게 된 배경이 더 기막히다. 당시 성추행 사실을 법무부에 알렸지만 “검사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있으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그들이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며 만류했다.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검찰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나서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서 검사는 “미투 운동이 세상에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내부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됐으면 하는 소망으로 힘겹게 글을 썼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로 시작돼 전 세계 연예계, 미술계, 정계 등으로 확산된 미투 캠페인은 특정 사회에 국한된 일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성차별 구조와 성폭력 문제가 공론의 장을 뜨겁게 달궜다. 서 검사 글에는 “큰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하다”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는 등의 응원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더 많은 목소리가 연대할 때,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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