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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불거진 블랙리스트 논란, KBS 경영진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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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불거진 블랙리스트 논란, KBS 경영진 책임이다

입력
2017.07.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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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또 다시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키로 한 한완상 전 부총리가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KBS 라디오에 출연한 뒤 회사가 제작진에게 경위서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추가 출연이 봉쇄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 모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출연을 금지해 구설수에 올랐던 KBS가 6개월 만에 비슷한 논란에 다시 휘말렸다.

한 전 부총리가 출연키로 한 프로는 KBS1 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이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에 대해 대담하자는 제의를 받고는 제작진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등 사전 준비까지 했으나 녹음 당일 갑자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KBS 측이 밝힌 취소 사유는 이 책이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인 인문학이 아니라는 것과, 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회고록으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전 부총리는 회고록이 일제 시대에 태어나 근ㆍ현대사를 거친 자신의 삶을 담은 것이며 후보 당시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촛불 시민의 열망을 배반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을 책의 에필로그에 일부 실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한 교수는 출연 취소를 결정한 담당 국장은 이 책을 읽지도 않았다면서 자신의 책이 특정 정치인을 위한 정치평론으로 폄하돼 분노했다는 심경까지 밝힌 상태다.

KBS가 황교익씨를 비롯해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가수 윤도현, 진행자 정관용 등의 출연을 막거나 강제로 하차시켰다는 의혹을 받으며 블랙리스트 논란을 일으킨 지는 이미 오래다. 해당 인사 대부분이 보수 정권에 비판적 성향을 보이거나 과거 야권 인사에 우호적이었다는 점에서 KBS의 행태에 정치적 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야 할 공영방송 KBS가 특정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출연을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결국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설문 조사 결과 KBS 직원의 88%가 두 사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인사의 출연은 무조건 막겠다는 방송판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만으로도 KBS 경영진은 부끄러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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