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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시간 단축,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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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시간 단축,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입력
2018.07.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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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일부터 시행됐다. 공공기관과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이 우선 대상이다. 6개월간 처벌이 유예됐지만 노사의 준비 부족으로 현장에는 혼란스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새 제도의 안착을 위해 정부, 노사 모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법정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52시간으로 제한한 의미는 단순 노동시간 단축 그 이상이다. 기존 생산 관행의 개선, 나아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목표로 삶을 개혁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열다섯, 열여섯 살 어린아이들이 일요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혹사” 당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며 전태일이 몸을 불살랐던 게 반세기 전이다. 아동노동 문제는 개선됐으나 장시간 노동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14년 전 ‘주 40시간 노동’이 법제화했지만 정부 행정해석만으로 유명무실화 했고, 한국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노동시간이 1% 줄면 산업재해율이 3.7% 낮아진다는 추산은 장시간 노동이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노동시간 단축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성장을 지탱해온 장시간ㆍ저임금 노동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혁신 없이 미래가 없다’는 말대로 이제는 노동의 양보다 질을 중시해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설 자리는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강도의 강화라고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노사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직장에 매달려온 결과 나타난 일과 생활의 극심한 불균형을 바로 잡을 기회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미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남녀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면 남성의 육아 등 가사 참여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삶의 균형 찾기는 우리 사회가 불합리를 걷어내고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도 미비나 준비 부족 등으로 당장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올 이런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며 차근차근 준비에 매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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