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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부도로 재기 불가능했는데 … 2년도 안돼 청해진해운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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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부도로 재기 불가능했는데 … 2년도 안돼 청해진해운 설립

입력
2014.04.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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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운영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1997년 세모가 부도난 지 불과 2년 만에 청해진해운을 세우고, 10여년 만에 20개가 넘는 국내외 사업체와 수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과정 자체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업계에선 "다른 배경과 비호세력이 있지 않는 한 부도난 사업주가 이렇게 빨리 재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설립된 건 1999년2월. 한강유람선 사업을 하던 세모가 부도난 지 딱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유 전 회장이 직접 청해진해운을 세운 건 아니었다.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수십 여명의 개인들이 자본금 34억원을 모아 청해진해운을 설립했고, 이후 세모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세모해운의 선박과 사무실 등 유형자산을 1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전면에 등장한 건 그로부터 5~6년 뒤다. 개인주주들로 시작된 청해진해운의 주주구성은 2005년 설립된 (주)천해지, 이후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44)ㆍ혁기(42)씨가 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으로 넘어가게 된다.

업계는 청해진해운을 애초 설립했던 개인주주들이 유 전 회장이 과거 목사로 몸담았고 '오대양사건'과도 연결됐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개인주주들을 내세워 청해진해운을 설립했지만 실제 자금은 유 전 회장의 돈이었거나 혹은 교단자금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든 청해진해운을 만든 건 처음부터 유 전 회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기업이 부도가 나면 채무변제를 위해 오너일가 재산까지 정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부도기업 오너는 좀처럼 재기가 불가능한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는 부도 1년 반 만에 사실상 재기에 성공했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닉재산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조선사업을 인수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05년 인천지방법원은 법정관리 중이던 세모그룹의 조선사업부를 천해지에 매각한다. 당시 천해지의 주주는 '새천년', '빛난별'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회사들이었는데, 이듬해부터 3년 간 수상한 지분 변동이 일어난다. 이 중 빛난별은 영광, 대명산업, 도남 등 과거 세모의 하청업체가 가진 지분을 인수하고, 2008년엔 빛난별의 지분도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판다, 차남 혁기씨가 대표로 있는 문진미디어로 이동하게 된다. 70.1%나 되던 새천년의 지분 역시 2008년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로 양도된다. 쉽게 말해 유 전 회장 일가가 세모그룹 하청업체들을 동원해 부도 전 갖고 있던 조선사업부를 다시 손에 넣었다는 얘기다.

2008년3월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천해지 인수(70.1% 지분) 과정도 석연찮다. 당시 천해지는 연매출 1,000억원에 순이익 54억원(2007년 기준)을 올린 우량기업이었는데, 자본금 5,000만원짜리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고작 60억원에 천해지를 인수한다. 한 관계자는 "당시 배당액 등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인수가격은 적어도 200억원은 되어야 한다"며 "헐값에 유 전 회장 일가에 회사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특히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지분분포를 보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 통상적인 소유지배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이 해운사인 세모를 운영하다 부도를 냈음에도 불구, 정부가 그에게 또다시 해운면허를 주며 무려 20여년 간 인천-제주 항로를 독점케 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해양수산부측은 이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으며 인천-제주항로는 적자노선이어서 특혜로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해피아'논란과 맞물려 납득하기 힘든 대목은 한둘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따라 종교, 권력, 돈 등이 난마처럼 얽힌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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