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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주 방폐장 배수펌프 부실 논란… 배수 시스템 ‘일반 설비’ 분류돼 감독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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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주 방폐장 배수펌프 부실 논란… 배수 시스템 ‘일반 설비’ 분류돼 감독 사각지대

입력
2016.05.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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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책임 공단, 보고 의무 없어

“선제적 예방 조치” 되레 큰소리

원안위, KINS 감독 책임 공방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들은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원자력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이번 배수 시스템 문제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폐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방폐장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규제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경주 방폐장 배수펌프 교체와 배수배관 보수 사실은 원안위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펌프와 배관을 포함한 배수시스템은 방폐물과의 접촉이나 방사성물질 노출 등이 없어 안전과 직결된 ‘핵심 설비’가 아닌 ‘일반 설비’로 분류되어 있다. 공단이 “일반 설비는 운영하면서 변화가 생겼을 때 규제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점검 후 필요한 보수나 교체 등을 진행하면 된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근거다. 공단은 “펌프를 부식에 더 강한 재질로 교체하고 배관에도 이물질 제거 장치를 다는 등 ‘선제적으로’ 예방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안위 위원들은 공단의 이 같은 안이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방폐장을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더구나 중ㆍ저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하는 지하 시설을 건설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작은 문제라도 전체 시설의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광암(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위원은 펌프 교체나 배관 보수가 공식 보고 대상이 아니라 해도 “최소한 규제기관과의 조율이나 협의를 거친 뒤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또 “우리보다 먼저 운영을 시작한 핀란드의 방폐물 지하 처분장에서 배수 시스템에 부식이나 이물질 침착을 일으킬 수 있는 지하수 성분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주 방폐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핀란드 방폐장은 고준위 방폐물도 처분하기 때문에 건설 기준이 다른 데다 지하 환경도 차이가 크다. 조성경(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위원은 “핀란드와 경주는 암질이 전혀 달라 해수가 유입되는 정도가 같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54회 원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종인 공단 이사장은 위원들의 이 같은 질타가 이어지자 결국 “운영 과정 일부에서 관리가 부실했던 게 사실”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위원들은 방폐장을 감독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원자력 최고 규제기관인 원안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INS는 공단이 펌프와 배관에 자체 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정기검사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공단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 위원들이 따져 묻자 KINS 관계자들은 “조치 후 성능에 부적합한 부분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원안위도 공단의 조치 후 지역사무소에서 상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법상 방폐장 관련 원안위의 심의 대상에는 건설ㆍ운영 허가와 취소만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방폐장에 문제가 생겨도 일부 핵심 설비가 아니면 사실상 규제기관의 감독 범위 밖에 있는 셈이다.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위원은 “방폐장 관련 안전 규제를 보강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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