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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함께" 끈끈한 해군 문화가 이권 챙기기 '검은 사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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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함께" 끈끈한 해군 문화가 이권 챙기기 '검은 사슬'로

입력
2015.03.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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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도입 관급보다 도급 훨씬 높아

전역후 일자리 많고 결탁 가능성 커

부품 계약 많아 무기 사업 '노다지'

국방부 주변 "터질 게 터졌다"

내달 일그러진 실상 개선 토론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3일 천안함 폭침 5주기(26일)를 앞두고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3일 천안함 폭침 5주기(26일)를 앞두고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해군은 망망대해에서 함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질서체계로 인해 공군이나 육군이 따라갈 수 없는 단단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창군 이래 각종 무기도입 비리 사건으로 육군이나 공군이 번번이 타격을 입었지만 해군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최근 방산비리 수사에서 해군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해군 특유의 끈끈한 조직문화가 도리어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제 밥그릇 챙기기로 전락한 함장문화

통영함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출신이다. 해군이 2함대사령관을 지내고 승승장구하던 그를 방사청으로 파견보낼 때만 해도 육군과 공군에서는 “물 먹은 것 아니냐”고 했다. 특히 방사청 파견을 방출 개념으로 보는 공군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해군은 무기 도입 창구가 된 방사청이 전력 증강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우수 인력을 방사청으로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공군의 역점 과제인 차기 전투기 사업의 지연을 해군과 공군의 이런 분위기 차이로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방산비리 수사에서는 해군의 민첩한 대응 뒤에 또 다른 속셈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는 선후배간 그릇된 온정주의로 흘렀고, 생사를 함께 한다는 ‘함정문화’는 이권이 개입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한 것이다.

창군 이래 2명의 해군 참모총장이 한꺼번에 구속된 충격적 사건의 이면에도 ‘조폭과도 같은’ 검은 조직문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황 전 총장은 방위사업청 사업부장이던 2009년,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업체 하켄코사의 제안서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서 그는 “정옥근 총장의 관심사니 빨리 처리하라”고 실무자에게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 전 총장은 해사 29기로 32기인 황 전 총장의 3기수 선배다. 당시 납품업체인 하켄코사 측 브로커도 정 전 총장의 해사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문화의 고리는 끝도 없이 연결돼 있다. 정 전 총장의 경우 통영함 도입 사건에서는 해사 후배에게 압력을 넣는 입장이었지만 고속함 엔진 도입 비리 사건에서는 해사 선배와 거래를 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엔진 도입의 대가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으로부터 7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이가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으로 드러난 것이다. 윤 전 사령관은 해사 25기로 정 전 총장보다도 4기수 선배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끼리끼리 문화 근절책 절실

해군의 고질적인 끼리끼리 ‘함정문화’는 전역 이후까지 이어진다. 해군 무기는 정부가 직접 챙기는 ‘관급’이 아닌 계약업체가 조달하는 ‘도급’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이나 공군에 비해 전역 이후에도 일자리가 그만큼 생긴다는 결론이다. 더구나 현행 규정상 군인이 관련업체에 재취업을 금지하는 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령으로 전역해 재취업해도 동기생이 장군으로 진급하면 2년 후 무기도입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간에 이권으로 결탁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조달방식 차이에서 방산 비리가 확대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공군도 상당수 무기를 수입하고 있지만 주로 부품이 아닌 완제품을 들여온다는 점에서 해군과 다르다. 때문에 무기 중개업계에서는 부품이 많은 해군 무기 사업을 ‘노다지’로 본다고 한다. 부품이 많을수록 이권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통영함 비리에서 2억 원짜리 음파탐지기가 41억 원으로 둔갑한 과정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화들짝 놀란 해군도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군은 다음 달 전체 정훈장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갖고 왜곡된 함장문화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휘부뿐 아니라 해군 전체가 나서 비뚤어진 조직문화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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