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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때리는 건 훈육이 아니다

입력
2015.10.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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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되고 개정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처벌 및 보호절차가 대폭 강화되었다. 이어 10월 16일부터는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에게 더 강력하게 친권을 제한할 수 있는 개정 민법이 시행된다. 개정법에서는 그 동안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이 친권 상실만 선고할 수 있도록 했던 것에 ‘자녀의 상태, 양육 상황,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2년 한도 안에서 ‘친권 일시 정지’를 가능하도록 했다.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에 지자체장이 추가됐고, 친권 정지 연장에는 후견인까지 포함시켰다.

또 지난달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5조 2항에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명시해,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해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이런 체벌 금지에 관한 여론을 여러 매체를 통해 살펴보면, 회초리로 때리는 것은 괜찮다는 사람, 멍이 들지 않게 때리면 괜찮다는 사람, 중ㆍ고등학생은 잘못했을 때 흠씬 때려야 한다는 사람 등 가정 내 체벌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저마다 합당한 훈육의 기준을 들며 체벌은 자녀 양육에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회초리 문화’를 예로 들며 체벌은 우리 전통문화로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아동을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야 한다’는 국민 의식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회초리 문화’란 것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체벌을 통한 훈육 문화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조상들의 회초리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회초리 문화’를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매를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따끔하게 때려 잘못을 교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조상의 ‘회초리 훈육 문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르게 회초리를 비단보자기에 잘 싸서 장롱 깊숙한 곳에 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동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부모가 회초리를 가지러 가는 시간 동안 아동은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부모는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시간을 가지자는 뜻이다. 부모는 방문을 열고 나가면서, 장롱문을 열면서, 보자기를 풀면서 감정을 조절한다. 회초리 문화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아동이 반성할 시간을 갖게 하는 문화이지, 아동을 그때그때 회초리로 때려서 바로 잡는 문화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심지어 군대에서도 이미 체벌을 금지한지 오래다. 언론에 이슈가 되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보도를 보면서 저마다 울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부모들은 스스로 자기 아이의 못된 행동을 체벌하는 것은 훈육을 위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체벌은 작은 것도 아동학대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동학대행위자였던 부모는 처음 작은 체벌로 시작했다가, 이런 체벌이 습관이 되어 학대로 변질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2014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1만 27건 중 부모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81.8%다. 아동학대사례 10건 중 8건 이상은 여전히 부모가 저지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체벌로 훈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알 수 있다. 힘 없고 많은 것이 서툴러 차근차근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매를 들고 체벌하는 것은 부모든 누구든 학대행위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아직도 아이들에게는 체벌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정 내 체벌이 훈육이고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의 ‘체벌은 훈육’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개선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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