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등록 : 2017.09.20 04:40

민간참여 유인 카드 마땅찮아 기업들 “노동 유연성도 높여야”

등록 : 2017.09.20 04:40

정부, 입법ㆍ제도개편 ‘투트랙’

5년 로드맵 발표 계획

전문가들 “사회적 대화가 해법”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의 근속수당 인상 및 교육부장관·교육감 직접 교섭 촉구 집단삭발식에서 한 조합원이 삭발을 마친 뒤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향배는 사실상 민간 부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의 절대다수가 민간 기업에서 이뤄지고 이들 비정규직의 처우는 공공부문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과 달리 법 개정이나 노사 간 타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더 요원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타깃을 공공부문으로 삼고 이를 마중물로 삼아 민간부문까지의 확산을 노리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입법과 제도개편의 ‘투 트랙’으로 이뤄질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을 담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기간제ㆍ파견법에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명시해 상시ㆍ지속적이거나 생명ㆍ안전과 관계되는 업무에는 비정규직 고용을 원칙적으로 막는다. 임금격차 해소를 비롯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비롯해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에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페널티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계의 반발이다. 당장 기업들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통해 목표하는 고용 안정성에는 반드시 노동 유연성이 절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등 시장 변화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업계에서는 노동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규직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화로 인력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좀 덜 벌더라도 적정 수준의 생산시설과 인력만 유지하자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5월 수요가 생산능력을 넘어섰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다는 이유로 공장 증설이나 인력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민간기업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참여를 독려할 당근도 마땅치 않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시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세액공제액을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근본적인 유인책은 못 된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법 개정이 정부의 뜻대로 이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 중 법 개선이 필요한 근로시간 단축은 이미 여야 간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진 상황에서도 입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사회적 대화가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의 노사가 정부의 정책 취지에 동의하는 것이 전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등 기존의 대화채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든 노ㆍ사가 사회적 대화에 나서 비정규직 정책의 방향을 함께 잡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을 바꿔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건 솔직히 한계가 있음을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임금격차 해소 등 당장 가능한 접근방안을 노사 합의 등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검토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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