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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사용처는 몰라 “깜깜이 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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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사용처는 몰라 “깜깜이 기부금”

입력
2017.04.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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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 절반이 기부 경험

62%는 어디에 쓰이는지 몰라

“소식지 설명 부족, 이해 안돼”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기부금액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 앞을 지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기부금액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 앞을 지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회사원 김모(33)씨는 매달 2만원씩 한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동들을 돕는다는 이 단체의 호소에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벌써 9년째 납부하고 있지만 김씨는 자신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김씨는 “분기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소식지 등으로 사용 내역을 살펴보지만 설명이 부실해 어떻게 쓰는 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주부 유모(45)씨는 기부를 권유하는 지인 때문에 몇 번을 망설였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인이 권유하는 기부단체가 기부금을 제대로 운영하는지 좀처럼 신뢰가 들지 않아서다. 유씨는 “예전에도 2년여간 기부를 하다 그만 둔 적이 있다”며 “내 기부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건 아닌지 늘 찜찜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 절반 가량이 기부금을 내고 있지만 기부자 10명 중 6명은 기부금의 사용처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단체의 운영 현황에 대한 신뢰성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나눔문화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조사한 ‘2016 나눔실태 및 인식현황’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2.7%는 최근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2,03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 후원금, 종교 헌금 등은 제외했다. 최근 1년래 기부 경험이 있는 이들의 1인당 연간 평균 현금 기부금액은 67만7,000원이었으며, 남성(89만9,000원)이 여성(46만7,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98만5,000원)가 가장 높았고, 50대(78만5,000원) 60대(54만3,000원) 30대(48만7,000원) 순이었다.

그러나 기부한 금액의 사용처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알고 있지 않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61.7%) 꼴이었다. 사용처를 알고 있다는 이들은 ‘모금단체가 보내준 소식지를 통해’(64.0%) 아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단체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부단체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기부금액의 투명한 운영’(54.2%)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고, 최근 1년간 기부를 하지 않은 이들 4명 중 1명(23.8%)은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ㆍ기관ㆍ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23.8%)라고 답했다. 국내 기부단체ㆍ기관이 정보 공개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7.1%만이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나눔 단체의 투명성 및 신뢰성 강화’(35.3%)를 첫 손에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위한 공시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모든 기관의 공시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 기부자 입장에서는 회계서류에 대한 접근성 및 이해도가 여전히 낮다”라며 “민간주도의 기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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