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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로망일까 허망일까, 돈 몰리는 점포겸용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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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로망일까 허망일까, 돈 몰리는 점포겸용택지

입력
2015.07.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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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 없이 묻지마 투자 땐

기대 만큼 수익 내기 어려워

웃돈 많이 붙은 땅도 피해야

은퇴를 준비 중인 회사원 김철수(57ㆍ가명)씨에겐 오랜 꿈이 있다. 번듯한 상권 한가운데에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을 짓고 꼭대기 층에선 가족과 살면서 1층 상가와 나머지 주거 공간의 임대료를 받아 폼 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김씨는 올 들어 이처럼 상가와 주거공간을 한 건물에 모두 꾸밀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점포겸용택지)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지난 달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영종 하늘도시 점포겸용택지 공급 소식에 부리나케 청약을 했지만, 문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았다. 김씨와 같은 생각으로 청약에 응한 사람은 8,838명. 6필지 공급에 평균 경쟁률이 무려 1,473대 1이었다. 김씨는 “웃돈이 붙어 시장에 나오는 땅이 있으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겸용택지 광풍이 불고 있다. 주 수요층은 수년 안에 은퇴를 앞둔 예비 은퇴자들이다. ‘점포’와 ‘주택’을 동시에 보유하며 노후를 안정적으로 버텨보겠다는 것이다. 물량은 적은데 수요는 넘쳐나다 보니 경쟁률이 수천대 1에 달하는 것은 예사가 됐다.

최고 경쟁률 5,000대 1

지난 5월 12일 오후 3시 영종 하늘신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및 상업업무용지 투자설명회가 열린 인천 송도컨벤시아 주변은 몰려든 차량으로 꽉 막혔다. 이날 설명회에서 공개된 청약 대상 점포겸용택지는 불과 245필지. 설명회장에 몰려든 인파는 LH측 추산에 따르면 4,000명을 훌쩍 넘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설명회 뒤에도 추가 설명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연단으로 모여들었다. 설명회를 진행한 오승환 LH 청라영종사업본부 부장은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나지 않아 현장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연단 앞 바닥으로 불러내 팸플릿이라도 깔고 앉아 있으라 했을 정도였다”라며 “영종도가 카지노와 항공교육센터 건설 등 수년 안에 각종 호재가 쏠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상 못한 인파였다”고 말했다.

비단 영종도뿐만이 아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주요 택지지구에 공급된 점포겸용택지 경쟁률은 최고 5,000대 1을 넘어설 정도로 뜨겁다. 올해 2월 대구테크노폴리스에는 10필지 공급에 1만5,621명이 몰려들어 최고 경쟁률 4,303대 1을 찍었고, 제주삼화지구에선 2월 8필지 공급에 평균 경쟁률 2,637대 1을 기록해 제주 부동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안정적 수익 보장할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경쟁률은 점포와 주택을 함께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 택지지구 원주민들의 이주 보상을 위한 용도로 공급되는 땅이어서 일반인들에게 할당되는 양이 많지 않은 데다, 정부가 신규 택지지구 개발을 중지함에 따라 이러한 희소성은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원동준 LH통합판매센터 과장은 “택지지구 땅의 가치가 계속 오르면서 토지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어떻게 이익을 챙길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너도나도 모여들고 있다”라며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에 참여할 수 있고 전매도 가능해 점포겸용이라는 말이 붙은 땅이라면 지역과 관계없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임대수익률이다. 업계에선 평균적인 점포겸용택지의 수익률을 대략 연 3~5%가량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대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가능한 수익률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1층에 그럴듯한 커피숍이 들어오고, 2층에 세입자를 두는 밝은 면만 상상한 채 시장 조사 없이 무작정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많다”라며 “임대가 나가지 않아 결국 소음이 큰 카센터, 취객이 오가는 술집 등으로 1층을 채울 수밖에 없는 상권이라면 꿈꿨던 상가주택의 모습은 절대 현실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웃돈이 붙어 예상 수익률이 떨어지는 토지를 살 경우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위례신도시 점포겸용택지에는 이미 4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라며 “이런 땅을 사면 기대 수준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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