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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ㆍ中 사이서 줄다리기…말레이 고난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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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ㆍ中 사이서 줄다리기…말레이 고난도 외교

입력
2017.02.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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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수사 속도 붙였지만

DNAㆍ시신 인도는 신중하게

시신 이름 김정남 언급 없고

김한솔 입국 등 유족 기다려

“中, 막후 영향력 행사”해석도

김정남 시신 부검 작업을 진행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에서 누르 히삼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국장이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병원 측은 사망자 신원 확인과 사인 규명을 위해 2차 부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사인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뉴스1
김정남 시신 부검 작업을 진행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에서 누르 히삼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국장이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병원 측은 사망자 신원 확인과 사인 규명을 위해 2차 부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사인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중국을 사이에 두고 고난도 ‘시신(屍身) 외교’를 펼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는 만큼 사건수사는 투명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지만, 유전자정보(DNA) 검사나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되도록 자국 이익에 걸맞게 포석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외견상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는 1973년 수교 이래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자로 북한 국적자인 리정철(47)을 체포하고, 리재남(57) 등 4명 이상의 북한 국적자를 주요 용의자로 쫓고 있다고 발표한 19일 이후 갈등은 표면화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결탁해 북한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이 즉시 “말레이시아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맞받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이 오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20일 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는 보도에 관해서 “그가 아직 병원에 오지 않았다”고만 할 뿐 명확히 입국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김정남의 시신을 둘러싼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두루 살피는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현지 보도처럼 김한솔이 이미 입국했고, 이를 말레이시아 정부가 향후 공표한다면 김정남의 시신은 유족인 김한솔이 거주하는 중국령 마카오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김정남을 배후에서 보호해온 중국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이 인도주의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명분을 주게 된다. 다만 중국은 이렇게 되면 북한과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어쨌든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 중 25%가 화교로 중국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에 기대고 있는 만큼 ‘시신 외교’로 중국의 점수를 따게 되는 것이다.

만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한솔의 입국 여부를 감춘 채 시신을 넘겨준다해도 이는 북한의 체면과 입지를 적잖이 챙겨주는 실리를 얻게 해준다. 김한솔의 등장으로 궁지에 몰릴 북한을 배려해주는 만큼 시신이 설사 중국 쪽으로 넘어가도 김정은 정권이 크게 낭패감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40년 이상의 우방이지만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단교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정부가 고를 수 있는 꽤 괜찮은 선택지이다.

김한솔 입국이 사실이 아니라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21일 부검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을 언급하지 않으며 북한을 만족시켰고, 반대로 타살 가능성을 강조하고 과학적인 부검을 약속하면서 북한을 견제하는 인상적인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한솔이 비밀리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면 아버지 김정남처럼 가명으로 비행기에 탑승했을 수 있다. 중국령인 마카오에 사는 김한솔은 북한과 중국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만큼 중국당국 묵인하에 말레이시아로 출국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는 것이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경우에 따라 막후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말레이시아가 중화권이고 오랫동안 비동맹국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북한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상당히 신중하게 사건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베이징= 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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