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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최고시즌' 기성용, 박지성을 넘으려면

입력
2015.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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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눈의 축구평론가 존 듀어든의 칼럼을 시작합니다. BBC 라디오, 가디언, ESPN, AP, 월드사커 매거진 등에 기고하는 국제 언론인인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 출신으로 한국에 13년 동안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듀어든의 거침없지만 애정 어린 시선, 다음주부터는 매주 화요일에 연재합니다.

한국 언론은 해외파 선수에게 너무 ‘오버’해서 칭찬을 퍼붓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성용은 그 모든 칭찬과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는 이제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많은 팬들은 예전부터 기성용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았지만 ‘꾸준함의 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이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낸 최고의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7년의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며 이룰 수 있는 모든 우승을 다 이루어냈다. 그는 최고 수준의 팀에서 뛰었고 경기력 자체도 좋았으며 세계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2008년과 2009년이 가장 좋았는데, 특히 2009년은 굉장한 시간이었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즐비한 스쿼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했던 때였다.

기성용의 이번 시즌도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박지성의 맨유 시절과 세부적인 형태는 좀 달랐다. 하지만 스완지가 7~8위로 시즌을 끝내는 것은 맨유의 리그 우승과 엇비슷한 결과다. 박지성이 최전성기를 누릴 때 그의 옆에는 호날두, 루니, 테베즈가 있었고 스콜스와 긱스도 여전히 뛸 수 있는 나이였다. 수비에는 퍼디낸드와 비디치마저 있었다. 저들은 모두 분명한 월드클래스 선수들이다. 맨유는 우승해야 하는 팀이었고 스완지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대 팀과 리그를 지배했었다. 우승은 여전히 굉장한 업적이지만, 스완지의 현실에서는 7~8위도 리그 트로피에 필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게 스완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스완지의 규모와 스쿼드로는 톱4에 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옳건 그르건 간에 현대 유럽 축구의 현실은 이렇게 흘러간다.

이번 시즌 기성용이 스완지에서 잘했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다 안다. 하지만 스완지가 응당 받아야 할 만큼이 찬사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좀 안타깝게 여겨진다. 스완지가 처음 승격했을 때 그들은 리그에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왔었다. 그들은 ‘제대로 굴러가는 클럽’의 생생한 예시였다. 팬들의 구단의 일부가 되었고 선수들은 멋진 축구를 했다.

이제 사람들은 스완지에 많이 익숙해졌고 그들의 축구와 성취에 예전만큼 박수를 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는 사우스햄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도 기성용은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단순하게 만은 볼 수 없고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의 득점이 영향이 컸다. 미드필더가 계속 골을 성공시키면 언론과 팬들은 보다 큰 관심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기성용이 좀 더 큰 클럽에서 뛰었다면 2014-2015 시즌 베스트 11 후보로 언급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베스트 11의 가능성까지는 아니어도 현지 팬들의 치열한 토론을 끌어낼 정도는 되었을 게 분명하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기성용은 그 정도로 잘했다. 축구에서 이러한 비교를 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스완지의 미드필더로 뛰며 터뜨린 8골은 첼시에서의 16골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말이다.

물론 박지성과 기성용의 상황에는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박지성은 최고 규모의 구단에서 뛰며 더 많은 심리적 압박을 갖고 있었다.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일 자체가 기성용보다 어려웠다. 박지성 역시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설 때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그러한 일이 항상 일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박지성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때가 종종 있었다.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실력과 잠재력을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은 그가 ‘특별한 선수’였다는 증거로도 여길 수 있다.

스완지에도 물론 압박은 있다.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고 강등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결국 순위가 이렇게 올라오기는 했으나 스완지 같은 팀의 1차적인 목표는 강등되지 않는 것이다. 맨유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압박감이다. 또한 맨유는 상대 팀들이 두려워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지만, 스완지를 두려워해서 그렇게 되는 팀은 많지 않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기성용이 호주까지 가서 3주 동안 경기에 출전하며 질 높은 활약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국으로 복귀해 곧바로 경기를 뛰었으니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한 일정 속에서도 꾸준함을 유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시즌 때문에 기성용이 박지성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기성용의 이번 시즌이 박지성의 베스트 시즌의 성과에 버금갈 만큼 뛰어났다는 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제 기성용이 해야 할 일은 내년에도 그다음 시즌에도 이와 같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이다.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클럽으로 옮겨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에서 우승을 노릴만한 팀으로 가는 것이 옳다. 스완지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더 강한 팀에서 자신이 가진 진정한 잠재력을 드러내는 일이 기성용의 다음 과제다. 리버풀 같은 팀에서 뛰는 압박을 기성용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스완지가 이렇게 잘하는 시즌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데, 기성용이 거기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빅클럽 이적을 노리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한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기회가 생긴다.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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