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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북극여우는 강아지처럼 키우면 되세요~” 위험천만 야생동물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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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북극여우는 강아지처럼 키우면 되세요~” 위험천만 야생동물 매매

입력
2018.02.03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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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 카페에 미어캣 한 마리를 300만원에 판매한다고 올라와 있다. 온라인에는 미어캣뿐 아니라 북극여우, 라쿤 등 야생동물들이 매매나 사육기준 없이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카페 캡처
온라인 한 카페에 미어캣 한 마리를 300만원에 판매한다고 올라와 있다. 온라인에는 미어캣뿐 아니라 북극여우, 라쿤 등 야생동물들이 매매나 사육기준 없이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카페 캡처

야생 습성 고려 안하고 ‘귀엽다’ 구입

갇혀 살게 된 동물 스트레스 극심

인수공통 질병 옮길 가능성도 커

멸종위기 국제협약 동물도 거래

국내 제재 턱 없는 수준 머물러

키우기 어려우면 슬쩍 버리기도

생태계 교란 또다른 문제 불러

‘북극여우는 현금가 200만원입니다. 키우는 데 필요한 환경은 강아지와 같습니다.’

한 야생동물 매매 사이트 운영자가 북극여우 분양 가격과 사육 환경에 대한 문의에 답변한 글이다.

이처럼 북극여우뿐 아니라 미어캣, 라쿤, 코아티, 왈라비 등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아무런 조건이나 제재 없이 온라인에서 반려용으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사막여우 등 일부 멸종위기의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ㆍ사이테스) 대상 동물들뿐 아니라 독사, 악어 등 사람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동물들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야생동물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환경부가 사이테스에 속한 동물에 한해서만 매매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주로 사육되는 사이테스 동ㆍ식물종은 총 500여종. 이 가운데 90종의 동물에 한해서만 정해진 사육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북극여우, 미어캣 등 위에 열거된 야생동물들은 사이테스 종이 아니기 때문에 매매나 사육기준에 있어서 전혀 제약이 없다.

하지만 북극여우, 미어캣, 라쿤 등도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이들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반려동물처럼 기를 경우 동물복지와 사람의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야생동물의 경우 생태적 습성에 맞는 환경이 필요한데 이러한 환경과 사육조건을 개인이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설사 개인이 인공 번식한 개체라고 해도 야생동물의 습성이 없이 태어나지는 않는다”며 “부적합한 사육환경과 영양공급, 감금 스트레스 등으로 동물이 고통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야생동물 사육은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야생동물들은 정밀검사가 아닌 임상관찰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 모른다”며 “질병을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키우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또 해당 동물이 아플 경우 국내에는 야생동물을 담당하는 수의사들이 적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수의사들의 연구모임인 휴메인벳을 이끄는 최태규 수의사는 녹색당 동물권모임이 발표한 ‘서울시내 야생카페 전수조사 보고서’를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라쿤의 경우 인수공통질병인 광견병의 주요한 보균체이며, 북미너구리회충 병원체의 숙주인데 예방접종과 구충제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지만 현재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매물로 올라온 라쿤. 온라인 카페 캡처
한 온라인 카페에서 매물로 올라온 라쿤. 온라인 카페 캡처

또 다른 문제는 유기다. 야생동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난폭해지고 관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버려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반려동물로 라쿤을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사람들이 유기하는 것에 더해져 라쿤이 탈출하면서 농작물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어웨어에 따르면 멸종위기종만 아니면 개인이 어떤 야생동물이라도 길러도 된다고 허가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미국이나 영국에선 희귀 애완동물법, 위험한 야생동물법 등을 적용해 대부분 야생동물의 경우 개인이 기르지 못하거나, 기르기 위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 북극여우를 19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카페 캡처
한 온라인 카페에 북극여우를 19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카페 캡처

사이테스 종에 해당하는 동물들도 거래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따른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는 사이테스 1급과 2급 가운데 포유류, 조류는 개인이 사육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2급 가운데 양서류와 파충류는 개인이 키울 때 환경부에 양수, 양도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밀수 등을 통해 예전에 수입했던 사막여우 등을 개인이 번식시켜 거래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또 양서류와 파충류의 경우에도 실제 어떻게 사육기준을 준수하면서 키우는 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이와 관련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려 목적으로 기르지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반려주의 동물’로 정하고, 이들을 구입, 분양, 양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육과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정부가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것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와 위험예방에 노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소유자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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