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검-경의 조희팔 재수사 의지, 또 의심스럽다

알림

[사설] 검-경의 조희팔 재수사 의지, 또 의심스럽다

입력
2015.10.22 16:46
0 0

대구지방경찰청은 4조원대 다단계 사건의 주범인 조희팔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정모 전 경사를 구속했다.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정씨는 2008년 대구경찰청이 조희팔 사건을 수사할 당시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조씨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 외에 추가로 연루된 경찰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희팔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검은 커넥션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든다.

정씨는 대구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할 당시 수사팀에서 말단에 가까운 위치였다. 당시 조씨 측은 경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아는 등 수사 고비마다 경찰보다 한 발짝씩 빨리 대처했다. 결국 조씨는 이런 수사 정보를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할 수 있었다. 수사팀은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조희팔이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는 정보를 넘겨받고도 5개월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모든 비호 행위를 수사팀의 막내인 정씨가 혼자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의 이번 수사 역시 당초 우려대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조희팔 생사 규명에 핵심 인물인 조씨의 조카 유모씨의 죽음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유씨는 중국을 드나들며 조씨와 그의 최측근인 강태용씨 등 사기 사건의 주범들과 함께 생활할 만큼 가까운 인물이다. 조씨 사망이 알려진 뒤에는 유골함까지 가져오는 등 집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귀국해 국내 언론과 인터뷰까지 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는데도 그가 사망할 때까지 검ㆍ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씨의 사인이 경찰이 밝힌 음독자살이 아니라 조씨 비호세력에 의한 타살이라는 억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수사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조씨 일당의 사기 행각과 도피 과정에서 드러난 광범위한 비호 의혹으로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적발된 사람만도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검찰 수사관, 경찰 간부 등 여러 명이다. 사건 규모와 조씨의 행태로 보아 일당을 비호한 세력이 이들뿐일 리가 없다. 이 사건으로 전국에서 3만 여명이 사기를 당했고, 자살한 피해자만도 10여명에 이른다. 수사 당국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검찰과 경찰이 과연 의혹의 전모를 파헤칠 의지가 있는지 점점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