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훈성 기자

등록 : 2016.03.07 04:40

‘公교육 모델’ 혁신학교가 흔들린다

등록 : 2016.03.07 04:40

올해 6월 재공모 여부 결정 앞두고

“학생 수 늘어 업무 과중” 등 이유

서울 S초 교사들 투표로 연장 반대

“우리와 논의 없이…” 학부모들 반발

시위 이어 “지켜 주세요” 호소 편지도

겨울방학 직전이던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서울 S초등학교 교문 앞. 서울형 혁신학교인 이 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A씨는 영하 10도 가까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부모 30여명과 함께 피켓 시위에 나섰다.

피켓에는 ‘지금처럼 행복한 혁신교육을 계속 받고 싶어요’ ‘선생님의 노고와 희생을 몰랐습니다. 죄송해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한 번 더 부탁드려요’ ‘혁신학교 찾아 어제 이사왔어요’ 등 교사들에게 호소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출근길 시위를 보게 된 교사들 일부는 울먹였고, 일부는 외면했다.

학부모들의 한파 시위는 교사들이 혁신학교 운영 연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이뤄졌다. 올해 1학기로 4년 간의 혁신학교 운영 기간을 마치고 6월쯤 재공모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 학교 교사들은 비밀리에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반대표가 근소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교사 과반이 반대할 경우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표결까지 갈 것도 없이 혁신학교 지정 신청이 불가능하다.

일부러 이 학교를 찾아 이사까지 한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주입식 아닌 토론식 수업, 80분 수업 뒤 30분의 놀이시간, 상벌이 없는 생활지도, 흙놀이ㆍ목공예ㆍ절기음식 만들기와 같은 다양한 특성화교육 등 새로움으로 가득찬 S교의 교육 방식을 두고 “교육에 정답이 있다면 바로 이거겠구나”라며 대만족했기에 더욱 그랬다. A씨는 “선생님들이 혁신학교를 운영하느라 버겁고 힘들었구나 하는 미안함이 드는 한편 설문조사, 간담회 등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먼저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수업혁신으로 공교육의 전범을 삼겠다며 2011년 도입한 서울형 혁신학교가 지속적 발전의 한계에 봉착했다. S교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학생들이 몰리는 가운데, 교사들이 ‘이대로 가면 학급 당 학생 수가 더 늘어나 수업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반대하는 상황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존재하지만 현재 체제로는 혁신학교의 유지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6년 만에 119개까지 늘어난 양적 확대를 넘어 혁신학교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피켓 시위, 서울시교육청 항의 방문, 학부모ㆍ주민 2,000명 서명 제출 등 혁신학교 유지를 위해 숨가쁘게 뛴 S교 학부모들은 6월 정식 교원투표에서 교사들이 마음을 돌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늘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선생님들이 외면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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