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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보터’가 선거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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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보터’가 선거판 흔든다

입력
2016.04.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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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60세 이상 유권자 급증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꼴

역대 선거마다 투표율도 최고

박빙 예상 서울서 영향력 뚜렷

차기 대선까지 주도할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출마 후보들 지원 유세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강서을 진성준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출마 후보들 지원 유세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강서을 진성준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은 오는 6월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른바 ‘브렉시트’에 노년층은 우호적이고 청년층은 다수가 반대한다. 문제는 브렉시트를 노년층이 결정하고, 미래의 그 책임을 젊은이들이 진다는 점이다. 18~24세가 600만명 미만이지만, 65세 이상은 1,100만명을 넘는데다 젊은층은 투표율이 낮고 노년층이 높은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치시스템이 노년층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꼬집었고, 인디펜던트는 영국 정치가 ‘실버 투표자’의 이해에 심취해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판세를 굳힌 뒤에 노년층이 있다. 지난달 클린턴 후보는 플로리다를 비롯 주요 지역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에게 두 자리수 이상의 격차로 대승했다. 뉴욕타임스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클린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비록 74세의 샌더스 후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막상 노년층은 클린턴 후보에게서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노년층이 선거를 좌우하는 ‘그레이 보트(Gray Vote)’가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했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을 차지하면서 이번 4ㆍ13 총선은 노년층이 주도하는 첫 선거로 기록될 예상이다. 우리 사회 고령화로 노년 유권자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여기에 60대 이상은 역대 선거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실버공약으로 노년 표심 잡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 차기 대선도 ‘그레이 보트’가 주도하는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 유권자 4,205만6,325명 중 60대 이상은 983만7,466명으로 그 비중이 23.4%로 가장 높았다. 많은 지역에서 판세가 60대 이상 유권자의 손에 넘어가 있다. 이런 60대의 힘은 여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서울에서 가장 뚜렷할 공산이 높다. 19대 총선에서 18.7%이던 서울의 60대 이상 비중이 22.4%로 높아졌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빨랐던 영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우리 정치 환경도 본격적인 ‘그레이 보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20대 총선 세대별 유권자 수
20대 총선 세대별 유권자 수

60대 이상 유권자는 높은 투표율까지 지녀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크다. 2012년 19대 총선(투표율 54.2%)에서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68.6%로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당시 유권자 비율은 40대(21.9%), 60대 이상(20.7%) 순이었지만, 실제 투표자 비율은 60대 이상(26.1%)과 50대(21.6%)가 많았다. 투표율 75.8%를 기록한 지난 대선에서도 60대 이상 투표율은 80.9%로 높았다. 당시 유권자는 40대(21.8%)가 가장 많았지만, 투표자는 60대 이상(22.6%)에 역전됐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 증가는 대체로 여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젊어진 60대에서 정권심판 여론에 동조하는 등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본보가 지난 2월과 지난달 30일 실시한 1,2차 유권자인식조사 결과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이 20.8에서 28.8%로 늘어났다.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6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이해관계 또한 다양화한다는 뜻”이라며 “특히 이들이 노인복지 문제 등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실버 공약을 쏟아내며 60대 이상 유권자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인복지청 신설 및 노후대책이 없는 계층의 연금 인상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 30만원 인상을, 국민의당은 노인 일자리 수당 2배 인상을 공언하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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