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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합격 지시한 ‘몸통’은 못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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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합격 지시한 ‘몸통’은 못 밝혔다

입력
2016.1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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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처장이 총장 지시라며…”

직원 진술 확보 불구 모두 부인

면접장에 금메달 반입 허용

8개 과목 결석에도 출석 인정

교수가 과제물 제작ㆍ대리시험도

입학부터 2년여 간 조직적 특혜

외부 압력 함구… 檢 수사 과제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최순실(60) 정유라(20)씨 모녀가 지성의 전당 상아탑을 철저히 농락하고 더럽혔다. 이화여대 일부 교수와 학교행정은 정씨의 입학 출결 시험 성적 등에 조직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온갖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정씨 입학 취소 및 관련 교직원 징계를 요구하고, 일부 교직원은 업무방해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사불란했던 학사농락이 누구의 지시였는지 감사로도 밝혀지지 않아 교육부는 최경희 전 총장과 최씨 모녀를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입학처 직원 “‘총장이 정씨 뽑으라 했다’고 들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유라의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시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 특별사안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0월 18일 남궁곤 당시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했다. 남궁 처장은 원서접수 마감(9월 15일) 후에 딴 정씨의 메달(9월 20일)을 인정하고, 면접고사장 금메달 반입도 허가하는 등 관련 지침을 모두 어겼다. 그날 정씨는 면접고사장 책상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은 후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면접위원들은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줬고, 서류평가에서 정씨보다 점수가 높았던 수험생 2명의 면접 점수를 낮게 조정해 정씨가 합격하도록 했다. 현재 정씨 탓에 불합격한 수험생 2명을 구제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정작 ‘정씨 합격’ 지시를 누가 했는지는 진술이 엇갈려 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다. 최 전 총장을 3시간40분 동안 대면 조사한 김태현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은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했다’는 남궁 처장의 말을 직접 들었다는 입학처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최 전 총장과 남궁 처장 모두 부인했다”고 말했다. 김청현 교육부 감사관은 “최 전 총장이 ‘부당하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총장이 입학과 학사관리의 정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술만으로 혐의가 없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사불란한 특혜 배경 베일 속

입학 후에도 정씨만을 위한 특혜는 계속됐다. 정씨는 지난해 1학기부터 올해 여름학기까지 8개 과목의 수업에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모두 출석이 인정됐다. 또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은 정씨가 기말 과제물을 내지 않자, 담당교수인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직접 액세서리 사진, 일러스트 등으로 과제물을 만들어 제출했다. 이 수업 중간과제물도 다른 학생들은 의상 디자인 및 제작과정 설명과 함께 시제품을 교수에게 제출했는데, 정씨는 기성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내고도 과제물로 인정받았다. ‘K-MOOK 영화스토리텔링 이해’ 수업은 정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정씨 이름이 적힌 답안지가 제출되는 등 대리시험 흔적이 발견됐다. 온라인강의 대리수강 흔적도 있다.

교육부는 정씨에 대한 특혜 대가로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과 이인성 교수가 연구비를 부당하게 수주했다는 의혹을 조사했으나 비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회의비 부당 사용, 외유성 국외 출장 등 연구비 부당집행 사실만 밝혀냈다. 교육부는 이화여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사업비 감액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씨 입학부터 2년 가까이 지속된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특혜의 배경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교육부는 감사를 토대로 이화여대 교직원 18명을 징계, 고발, 수사 의뢰할 예정인데, 모두 외부 압력 여부는 함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윗선’ 개입 의혹은 확인하지 않았고, 최씨 모녀에 의한 입시부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논의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 지시의 배경이 누구였는지는 최씨 모녀와 최 전 총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이달 15일 16일간 15명의 감사관을 이화여대에 파견, 관계자 118명을 대면 조사하는 등 감사를 벌였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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