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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럭비공 스타일'… 막무가내인가, 계산된 노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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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럭비공 스타일'… 막무가내인가, 계산된 노림수인가

입력
2015.05.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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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간부들에 공포 정치… 입바른 소리 총대 멜 참모 없어

대외 정책서도 자충수 이어져, 인민들엔 자상함 강조 애민 정치

北 사회 잘못 인정 등 변화 보여… "정교하게 진화된 독재" 분석도

‘어른 놀이’에 빠진 폭군인가, 정교하게 진화된 독재자인가.

최근 안팎으로 불거진 북한의 잇따른 돌출행동 배경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예측 불가능한 통치 스타일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엘리트 간부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공포 정치를, 인민들에겐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애민(愛民) 정치를 선보이는 투 트랙 전략을 세웠지만 이를 실현할 지도력과 현실적 여건 부재로 내부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언 용납 않는 공포정치, 미숙한 지도력 노출 악순환

김정은은 종종 노회한 신하들에 둘러 싸인 조선시대 나이 어린 왕에 빗대어진다. 잦은 숙청과 처형 등 공포정치를 통해 취약한 리더십을 만회하려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무조건 사람을 쳐내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이른바 자기 사람이 계속해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올바른 정책 판단을 이끌어내는 의사 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을 하루 앞두고 번복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1일 “방북 불허시 추락할 대외 이미지 등 정책 판단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정책 엇박자도 김정은의 미숙한 지도력을 노출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김정은은 북한의 혈맹인 중국을 냉대하고, 러시아에도 결례를 범하는 무리한 외교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지난 3월 평양에 부임한 신임 중국 대사를 아직까지 만나지 않는 데 중국이 격분하고 있고, 지난 9일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도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레 취소하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교 행태를 선보이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의 한계를 가장 극렬히 보여주는 게 외교 정책으로, 전략적 판단보다는 김정은의 감정에 휘둘리는 측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결심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보니 입바른 소리를 하며 총대를 메는 참모들이 없고, 숙청이 이어지면서 대남,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외무성 보고 판단 체계가 무너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의 정책 결정이 예측하기 힘든, 불안정한 상황이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보여주기 식 애민정치도 한계, 인정 욕구 풀어주는 게 관건

김정은의 통치술의 또 다른 축은 인민들에겐 매우 자상한 지도자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일성이 주체, 김정은이 선군을 내세웠다면, 김정은은 애민을 모토로 정당성을 찾으려는 차별화 전략이다. 그러나 전기와 물 등 기본적 경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보여주기 식 성과에만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기본 의식주 해결이 급한 주민들 입장에선 마식령 스키장 건설이 먹고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이미 지하 시장경제가 활성화 된 만큼 경제로 충성을 유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7년의 스위스 유학경험 등으로 선대보다 유연한 사고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2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 평양의 아파트 붕괴 사고, 북한 산림 황폐화를 시인하는 등 ‘지도자 무오류’의 북한 사회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변화라는 것이다. 군 부대 시찰에서도 미리 준비된 예술 공연만 훑고 갔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불시에 포 사격을 지시하는 등 실제적 기강잡기에 주력하는 것도 정교하게 진화된 리더십 형태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의 최근 돌발 행태는 ‘자신을 제대로 인정해달라’는 외침에 가깝다”며 “막무가내 폭군으로 몰아 가기보다는 상대로 받아들이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게 불필요한 긴장상황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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