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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홍콩의 미래라니

입력
2014.10.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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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이가 인터넷 대화 메신저를 국산 ‘카카오톡’에서 독일 ‘텔레그램’으로 갈아 타고 있다. 한국 정부의 검열을 피해서다. ‘사이버 망명’ 은 독재 감시 권력이란 시대착오의 귀환을 알린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단체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경찰한테 41일치 카카오톡 기록을 압수수색 당한 사실과 내용을 공개하고 검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많은 이가 인터넷 대화 메신저를 국산 ‘카카오톡’에서 독일 ‘텔레그램’으로 갈아 타고 있다. 한국 정부의 검열을 피해서다. ‘사이버 망명’ 은 독재 감시 권력이란 시대착오의 귀환을 알린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단체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경찰한테 41일치 카카오톡 기록을 압수수색 당한 사실과 내용을 공개하고 검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혁명을 부르는 건 독재다. 이념은 죄가 없다. 불온할 뿐이다. 검열 부활이라니. 어찌 이룬 민주화인가. 시민은 사육되지 않는다. 봉기ㆍ망명만 남았다. 홍콩의 미래가 한국은 아니다.

“‘국민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애용하던 시민들이 검열 프리(free)를 찾아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한다. 카카오톡은 이제 ‘가카의 톡’이라고 불린다. (…)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직후인 지난 9월 18일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도입했다. 또 검찰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카카오 간부를 불렀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지난 1일 “검찰이 오라는데 안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 ‘국가 권력이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마찬가지인데, 이 대표는 시민의 우려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 검찰이 대통령 모독을 검열하겠다는 발상도 문제지만 ‘정보의 안전한 흐름’을 책임져야 할 IT업체의 대표가 별다른 저항이 없이 국가가 요구하면 정보를 내주겠다는 발상과 철학도 걱정이다. (…)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브콘탁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브가 2013년 독일에 서버를 둔 비영리 독립법인이다. (…) 두로브는 미국 국방부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검열망에도 걸리지 않을 만큼 안전한 메신저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단다. 미국 정부의 전 세계 사찰을 폭로한 ‘스노든’ 사건을 기억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보다 더 재미있게 입소문이 났다. 꽃미남 개발자 두로브는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 푸틴 정부의 검열과 정치사찰을 피해 망명한 풍운아적 사업가’이다. 그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시위대의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러시아를 떠났기 때문이다. (…)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요즘 한국처럼 재밌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비아냥을 했는데 공감한다. (…) 토마스 프리드먼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따르면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은 세계의 베스트셀러지만, 독일에서는 판매금지의 금서다. (…) 즉 한 사회가 발전해온 방향과 가치를 지키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2014년 한국은 4ㆍ3 제주 양민학살에 깊이 관여한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는 ‘산업화-민주화’의 양 날개로 성장한 한국의 균형이 크게 무너진 증거다. 친중국 인사를 관리로 앉히겠다는 중국 정부에 맞서 자치권 수호에 나선 홍콩의 시민은 영화 ‘변호인’을 언급하며 “독재정권에 저항한 한국 국민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을 각오하겠다”고 한다는데, 정작 한국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 배만 부르면 자유ㆍ평등ㆍ인권 등 민주적 가치는 필요없다는 생각을 지속한다면, 어느 날인가 배조차 부를 수 없을 시절이 올 것이다.”

-‘텔레그램’에 신화를 써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서울신문 ‘서울광장’ㆍ문소영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세계는 지금 홍콩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 중국 대륙을 통틀어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유일하게 홍콩뿐이다. 민주주의는 근대문명의 핵심이다. 쑨원의 신해혁명이 청조를 무너뜨린 지 100년이 넘었지만, 그 근대문명의 본론 부분을 실현해 보지 못한 것이 중국이다. 그 본론부에 구체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언론ㆍ사상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 자치와 자결의 원칙, 인권존중 같은 것이다. 그런데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이런 원칙들은 이미 삶의 방식, 질서, 가치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의 핵심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홍콩 시민들의 열망과 그것을 좌절시키려는 중국 중앙정부의 이해관계 사이의 충돌이다. (…)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것은 1997년 7월 1일이다. 반환 13년 전인 1984년 영국과 중국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더라도 반환 시점에서 50년간은 홍콩의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그 50년 시한은 2047년이면 끝난다. 아직 33년이 남았다. 그런데 그 이후는? 그 이후에도 홍콩의 민주주의는 유지될까? 이것이, 내가 보기론, 홍콩의 민주주의 시민들의 가슴에 깊이 똬리 틀고 있는 장기적 걱정거리이며 홍콩 지식인들의 ‘긴 우울’이다. 시위대 구호들에는 그런 걱정과 우울이 배어 있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지킬 것인가?” (…) 이런 걱정과 우울의 배경에는 현 행정장관 량전잉과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2년 전 중국 정부는 ‘애국교육’이라는 프로젝트를 들고 나와 홍콩의 초등학교에 친중국 교육을 풀어 먹이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지난 17년간 홍콩의 민주주의 질서를 야금야금 변질시키고 있고, 그래서 30년쯤 후면 민주주의 홍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상당수 젊은이들이 걱정한다. (…) 중국의 장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중국 자체를 ‘민주주의 중국’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더 맞는 일이라 생각해봄 직하다. 그러면 홍콩 문제 같은 것은 자동 소멸한다.”

-홍콩의 우울(중앙일보 ‘삶의 향기’ㆍ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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