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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병우 수석의 국회 무시,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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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병우 수석의 국회 무시, 도를 넘었다

입력
2016.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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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여야가 우 수석을 고발하기로 하는 등 전례 없는 사태가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아니고서는 우 수석이 이런 자세를 끝까지 고집하기 어려웠으리란 점에서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국회를 무시하고, 어떻게 국회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가 여소야대의 변화한 정치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정진석 국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우 수석의 증인 출석과 관련해 “최종 입장을 오후 4시30분까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비서실 국감이 이날 하루로 예정된 점에 비춰 사실 이 정도면 얼굴만 비추고, 몇 가지 질문만 받아 국회의 체면을 세워달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정 위원장의 입장 확인 요청에 따른 이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도 우 수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서실장의 운영위 참석에 따라 국정현안에 신속 대응해야 할 업무 특성이 커졌다는 이유를 댔지만, 일련의 증인 출석 요구를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치부하는 청와대의 시각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은 관행일 뿐 법적 근거가 없다. 더욱이 민정수석과 관련한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사례도 5회나 된다. 우 수석의 경우 검찰 수사까지 진행된 개인 비리 의혹은 물론 진경준 검사장 등 부실 인사검증 문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설립ㆍ기업 모금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 측근 관리 문제 등 답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이라는 중대 사안을 두고, 명분도 약한 관행에만 기대려는 자세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국회 무시와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대통령 비서로서의 역할이나 공직자로서의 자세에 문제가 있음도 더는 감출 수 없게 됐다.

이번 불출석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논란을 빚지 않도록 국회가 법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필요성이 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당연히 국회 요구에 따르도록 하고, 출석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등 관련법 개정이 요구된다. 동행명령 거부에 대한 벌칙 규정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정당한 이유’라는 모호한 표현을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정으로 보완해 마땅하다. 무엇보다 딱한 것은 국회에 형식적으로라도 협조해 해묵은 대결 정치를 완화할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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