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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낡은 규제는 혁파해야

입력
2016.06.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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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는 시대의 흐름에 앞서나가기 위한 개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신산업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개혁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동력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까닭은 규제개혁의 속도가 느린 탓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정작 개혁해야 할 낡은 규제를 규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낡은 규제 가운데 하나가 대마초 규제다. 특히 의료용 대마초는 이미 OECD 34개국 가운데 23개 국가에서 허용된다. 대마초를 규제하는 나라들도 합법화나 비범죄화를 논의 중이다. 대마초가 각종 중병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1999년에 대마초 성분을 추출한 에이즈 치료보조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2005년에는 다발성경화증과 통풍 등의 치료를 위한 진통제가 캐나다 보건국의 승인을 받았다. 또 2006년에는 암 치료와 암환자의 고통 경감에 사용되는 약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대마초는 백혈병, 녹내장, 우울증, 바이러스 감염 등의 치료제로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는 실정이다.

본디 대마초는 19세기까지 각종 질병과 통증에 광범위하게 처방되던 약이다. 단지 물에 녹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주사기의 발명 이후 아편성 진통제에 밀려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알약, 스프레이, 크림 등의 형태로 개발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곧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신산업시장’의 창출로 이어졌다. 여러 제약회사rk 대마초를 이용한 신약개발과 연구에 뛰어들었다. 의료뿐이 아니다. 재배사업과 유통업 등 새로운 산업이 열렸다. 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마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4조원이 넘는 매출을 냈다. 신생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규모다. 게다가 미국의 대마 관련 규제는 향후 몇 년 안에 많이 축소될 것이 확실하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두 후보 모두가 연방 차원에서 의료용 대마초 허용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의료용 대마초를 금지하는 미국 내 20여 주에서도 관련 규제가 사라진다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해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대마관리법으로 대마 산업을 규제 중이다. 대마초를 재배하거나 매매ㆍ보관ㆍ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며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각 도지사에게 대마 취급이나 연구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은 있으나,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신산업시장을 열 수는 없다. 이런 대마관리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다소의 논란은 있지만 대마초의 안전성은 널리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나 영국의사협회 등의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는 술이나 담배는 물론 커피보다도 중독성이 덜하며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적다고 한다. 위험한 마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장관회의에서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를 신줏단지 같이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며 더욱 강한 개혁을 주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특별 주문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꼭 필요한 안전규제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구의역 사고를 경험한 시민들로부터 걱정을 살 따름이다. 나는 좀 더 파격적인 개혁을 상상해본다. 대마초를 범죄 대신 성장의 가능성으로 본다면 어떨까. 의료용 대마초 규제는 잠재적인 신산업시장을 규제하는 것이다. 외국의 제약회사들이 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개혁을 서두른다면 좋겠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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