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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체성은 자궁 안에서 결정" 논쟁도

입력
2015.06.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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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림 옮김/ 열린책들/ 568쪽·2만5,000원
신순림 옮김/ 열린책들/ 568쪽·2만5,000원

얼마 전 한국에서 출간된 ‘마음의 미래’를 쓴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지난 15년 동안의 뇌 연구가 인류 역사 전체에 걸친 연구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간 유전자의 전모가 드러나 바이오 혁명이 도래했듯이 물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자기공명영상(MRI), 뇌전도(EEG), 양전자단층촬영(PET), X선체축단층촬영(CAT), 뇌심부자극술(DBS) 등 두뇌연구를 위한 각종 장비가 개발되었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장비 덕택에 단단한 두개골에 싸여있는 1,000억개 뉴런의 연결구조가 밝혀짐으로써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우리 두뇌의 비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엄선된 뇌 과학서 한 권만 잘 선택해도 토끼 굴에 떨어진 앨리스가 경험했던 것과 같이 우리의 두뇌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디크 스왑은 1966년부터 현재까지 50년 가까이 뇌과학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과학자로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이며 막스 플랑크 정신과학 연구소와 스탠포드대의 초빙교수이다. 그가 대중들을 위해 쓴 이 책은 인구 1,700만의 네덜란드에서 20만부 가까이 팔렸으며 13개국 언어로 번역출판되었다.

무려 5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뇌에 관한 기존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일생을 뇌와 연결해 추적하면서 자궁 속 태아 뇌의 성(性)분화를 비롯하여, 사춘기, 열애, 성 행동, 생존, 호르몬, 중독, 의식, 도덕적 행동과 기억 등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한 뇌과학의 성과를 꼼꼼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깊이 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다. 단숨에 읽힌다.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를 쓴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번역도 매끄럽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뇌과학 연구 성과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기초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통찰은 단순히 뇌의 각 부위의 작동에 관한 지식, 우리의 자아와 의식과 기억의 메커니즘만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자폐증 등 현대의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이해, 인간 행동의 심리적 바탕에서 윤리와 도덕의 문제까지 다뤄진다.

이 책은 논쟁적이기도 하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성정체성과 성적 성향은 이미 자궁 안에서 결정되어 생후 일생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태아의 생식기가 임신 1개월에 분화되는데 비해 태아 뇌의 성적 분화는 임신 후반기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분리돼 있는 연유로 이성애자,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가 생겨나는 것이라면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시키려는 훈육이나 교육, 사회화 등의 노력은 부질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존엄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리버럴하다고 하는 네덜란드 사회의 가치관에 기반해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들인 동성애와 안락사의 문제에 대해 과학자로서 자기 몫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외에도 그는 값진 이슈들을 다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빈번하게 참조해야 하는 그림 색인(뇌의 측면도 등)이 누락된 것이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신순림 옮김, 열린책들. 568쪽·2만5,000원

페이스북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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