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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계좌이동제로 '집토끼' 고객 잃을라"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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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계좌이동제로 '집토끼' 고객 잃을라" 노심초사

입력
2015.08.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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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뱅의 서막은 10월 중 실시되는 계좌이동제다. 그간 시중은행들에게 고객은 한번 잡아두면 쉽게 도망치지 못하는 ‘집토끼’와 같았다. 고객 입장에선 계좌에 딸린 각종 자동이체 등 제약 때문에 조건이 좋은 다른 은행으로 통장을 바꿀 엄두를 못 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계좌이동제로 클릭 몇 번에 자동이체와 함께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되면서 고객 입장에선 그동안 받던 거래은행의 서비스를 따져 볼 기회가 생겼다. 기존 고객 관리보다 신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은행권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산술적으로 226조원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 계좌이동의 대상이 되는 수시입출금 규모는 3월말 기준 계좌 수 1억9,000만개, 잔액은 226조3,000억원 수준으로 총예금의 20.7%에 달한다.

고객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25~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을 넘는 응답자가 최근 3년 내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다(17.8%)거나 변경하고 싶었으나 못했다(33.4%)라고 답했다. 변경을 원했던 이유로는 ‘가까운 영업점이 없어서’가 43.4%로 가장 높았고 ‘다른 은행의 우대 서비스가 좋아 보여서’(38.3%)가 뒤를 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은 일단 기존 고객 지키기에 주력할 태세다. 서호민 신한은행 마케팅부 차장은 “큰 대응 방향은 기본인 ‘수성’에 충실하자는 것”이라며 “그 다음 타행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신시장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 마음을 잡기 위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혜택은 크게 ▦수수료 면제 ▦예ㆍ적금이나 대출의 금리 우대 ▦계열사 마일리지 통합의 세 가지 범주다. 우리은행은 비슷비슷한 수수료 면제 혜택에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수수료 무제한 이월제’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고안했다.

다만 은행들의 이런 대응으로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은행에 미치는 손익은 유치한 신규 고객으로부터 교차판매 등 추가 수익을 가져오는 역량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좌이동제 마케팅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지, 기회가 될 지는 은행의 영업능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계좌이동 건수는 많겠지만 수익성 없는 ‘속 빈 고객’들만 움직여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개 복수계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좌이동이 자유로워지겠지만 은행에 수익을 안겨주는 연령 높고 보유 자산이 많은 예ㆍ적금, 대출 고객들은 은행 충성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며 “이들까지 이동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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