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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인의 야만성 드러낸 코피노 판결

입력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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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코피노와 한국인 친부와의 혈연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났다. 코피노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말한다. 지금까지 국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코피노의 친부를 찾아준 사례는 있지만 재판을 통해 코피노 아빠찾기 소송이 승소한 것은 처음이다. 코피노에 관한 양쪽 정부의 통계는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 자료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코피노는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코피노가 많이 생기는 이유로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필리핀에 체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 즐기고 버려도 상관없다는 한국 남성의 잘못된 성문화와 무책임함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여성이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범죄로 여겨 임신하면 대부분 아이를 낳는 것도 원인이 되겠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코피노와 한국인 아버지의 혈연관계를 인정한 판결은 의미가 크다. 우선 코피노들이 소송을 통해 친자확인이 되면 양육비 뿐 아니라 국적취득의 기회를 얻는다. 자녀는 물론, 부모도 자녀양육을 위해 일정기간 거주요건을 충족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코피노 소송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는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재피노들의 문제가 더 이른 시기에 대두돼 현재는 국가와 민간단체가 나서 많이 수습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송 없이 혈연관계를 확인해 국적을 취득케 하는 대책들이 논의돼야 한다.

필자는 한국인 아버지와 가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삼남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코피노 뿐만 아니라 라스팔마스나 남태평양의 항구 등지에서 한국 선원들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많은 한국핏줄이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례를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또 코피노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라이따이한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라이따이한은 월남전 당시 주로 한국인 파월기술자들이 월남여성과 동거하거나 결혼해 태어난 아이들이다. 당시 한국인들은 월남전의 패망으로 급히 귀국하느라 현지의 처와 자식을 데려올 수 없었다. 미국이나 호주, 프랑스 군의 아이들은 정부차원에서 모두 데려갔으나 한국은 현지처와 자식들을 받아주지 않아 생이별 할 수밖에 없었다. 3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지금 한국인의 피를 받은 그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많은 반성을 요구한다. 1992년 한·베트남 수교 이후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뜻하는 신라이따이한도 있다. 몇 년 전 베트남의 신라이따이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한인유치원에서 받은 노력상 상장을 벽에 걸어놓은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동남아에서 성매매를 죄의식 없이 일탈 정도로 여기는 성문화를 바꾸고, 해외에서의 성매매도 불법이고 국내와 똑같이 처벌받는다는 것을 국민 모두 인식해야 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더 강력하게 처벌됨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이와 관련해 정부나 사회단체, 기관 차원에서의 대책이 거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정부나 관련 기업이 할 일이 있다. 해외에 나갈 때 성매매가 범죄라는 캠페인이나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여행사 현지가이드에 대한 교육, 감독도 절실하다. 현지 파견기업도 직원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 성매매가 주로 이뤄지는 관광지 등에 경찰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필리핀 경찰과 연계해 귀국 시 바로 검거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처벌 사실을 적극 홍보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 대한 성착취가 아동 인신매매로 연결된다는 것을 경고하는데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김해성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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