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설이
인턴PD

최유경
인턴기자

등록 : 2016.09.01 14:00
수정 : 2016.09.01 20:03

스타벅스, 카페베네… 상업시설에 점령된 대학

[학생들을 위한 대학은 없다] (1회)

등록 : 2016.09.01 14:00
수정 : 2016.09.01 20:03

※편집자주: 요즘 대학 캠퍼스는 어지간한 쇼핑몰 저리 가라 할 만큼 상업시설이 잘 발달돼 있다.좋게 보면 편의 시설 확대이지만 나쁘게 보면 대학의 지나친 상업화다. 학교에 몸 담고 있는 학생들은 후자를 더 우려한다. 4회에 걸쳐 돈벌이 논란을 부르는 대학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입구에 들어서 몇 발짝 걸으면 오른편에 기념품점이 있다. 왼편에 고급 카페가 있고 가까운 복합건물에 ‘닥터 로빈’ ‘케세이호’ 등의 레스토랑, ‘리치몬드 과자점’ ‘호원당’ 등 디저트 상점들과 영화관이 있다. 건물 주변 곳곳에서는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쇼핑상가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의 모습이다.

서울시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여대 학생들은 상업 시설이 들어선 건물(50주년기념관)을 가리켜 농담처럼 ‘스벅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3년 서울여대에 입점했다. 당시 학생들은 비싼 가격도 문제이지만 건물 외벽에 스타벅스 간판이 학교명보다 더 크게 부각된 점을 지적했다. ( 당시 학보기사 )

대학 상업화를 반영하는 ‘스벅대’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돼 있다. 그만큼 편의시설이 발달된 학교라는 의미와 학생들의 복지보다 돈벌이에 치중한 학교라는 이미지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에 갖가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굳이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돼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이를 마냥 좋게만 볼 것은 아니다.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그만큼 학생들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간판이 빛나는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의 모습. 서울여대학보사 제공

시민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지역 대학에 일반음식점 93개, 휴게음식점 217개, 음식점을 제외한 상점 140개 등 총 450개 상점이 입점해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가장 많은 점포를 갖고 있는 곳은 19곳을 운영하는 아워홈이며 신세계푸드 17곳, GS리테일 14곳 등이다.

이처럼 대학 내 상업시설이 부쩍 증가한 것은 2005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이 바뀌면서다. 이때 대학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학교 기업의 사업금지 업종이 102개에서 담배소매, 유흥주점, 게임장 운영 등을 제외한 19개로 줄었다. 사실상 술 마시고 놀며 담배 피우는 것만 제외하고 대부분 허용된 셈이다.

정부가 이렇게 대학 내 사업 금지 업종을 풀어준 이유는 학생편의시설 확대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대학이 재정을 알아서 충당하라는 뜻이다. 당시 대학들은 사회적인 등록금 인하 요구와 학령 인구의 감소로 등록금 수입만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각 대학들은 등록금 외에 학생들의 생활 지출비용까지 챙기게 됐다.

치솟는 캠퍼스 물가

문제는 대학 캠퍼스에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지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학 측에서 입점 업체를 선정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보다 얼마나 많은 임대료를 내는지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여기에 장학금이나 기부금 약정 등을 얹기도 한다.

이렇게 입점한 업체들은 기존 저렴한 업체들보다 비싼 가격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캠퍼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셈이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서울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카페베네 버거킹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등 6개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이전 업체들보다 제품 가격이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

서울 신촌의 연세대도 외부에서 운영하는 ‘더 라운지’라는 식당에 고급 요리들이 등장했는데 평균 가격이 2만9,000원이어서 학생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교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연세대는 지난해 학교 내 보행인을 위한 사색과 문화의 공간 마련을 목표로 ‘백양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하에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잠바주스 등을 입점시켰다. 그러나 학생들로부터 물가가 올라 학생 복지의 질이 떨어졌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연세대 재학중인 강정현(25·가명)씨는 "백양로의 지하 상업공간들은 기대와 달리 가격이 비싸서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딸기 음료의 경우 교내 생협은 2,000원인데 백양로 지하에 입점한 잠바주스는 5,900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물론 학생들이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외부에서 이용해야 하는 상업시설이라면 캠퍼스 내에서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의견들도 있다. 대학생 이신명(27·가명)씨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을 되풀이 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안에 있어서 오히려 편리하고 좋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연세대 백양로 지하공간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화여대 ECC 지하 4층에 위치한 공연장 ‘삼성홀’의 모습. 최유경 인턴기자

관광객과 외부인이 점령한 학교 시설

대학 내 상업시설이 부르는 또다른 문제점은 학생 소외 현상이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선 시설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학생들보다 외부인 또는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돼 버렸다.

이화여대는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복합상업시설인 이화캠퍼스컴플렉스(ECC)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 곳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 곳을 찾는 학생들도 주변 소음 때문에 토의나 공부를 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대 방송영상학과 3학년생인 성윤지(22) 씨는 “주말에 조별 과제를 위해 ECC에서 자주 모이는데 매번 갈 때마다 관광객들 때문에 빈 테이블이 없다”며 “자리를 잡아도 각종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소음이 심해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ECC 뿐 아니라 카페인 이화 파빌리온 등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성지가 됐다. 학교 측은 외부인과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랜드마크라고 자랑하지만 외부인 출입 때문에 불편을 겪는 학생들의 의견은 다르다. 오신혜(22ㆍ가명)씨는“학교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 매장을 정문 근처에 세 개나 만들었다”며 “기념품 매장 대신 시험기간에 이용할 만한 수면실과 자습공간 등을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은 상업시설로 돈을 벌지만 정작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 당하는 셈이다. 윤기은(22·언론정보학과 3학년) 씨는 “관광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까지 들어와 사진을 찍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나친 상업시설 확대가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부산대는 2007년 대학 재정 마련을 위해정문 앞에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효원 굿 플러스’라는 상업시설을 마련했다. 이 곳은 학업을 위한 공간을 최소화 한 대신 백화점, 영화관, 클리닉 센터 등을 입점시켰다.

하지만 분양률이 낮아 7년 동안 수백억원대 빚이 쌓였다. 그 바람에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부산대가 국립대인 만큼 시행사를 대신해 국가가 400억원의 빚을 갚으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부산대는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800억원을 교육부에 지원사업비로 신청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화여대 교정 내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최유경 인턴기자

자취보다 비싼 기숙사

대학의 수익 확대를 위한 사업은 상업 시설 유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과도한 민자 기숙사 비용이다. 비용이 상승하면서 ‘저렴한 기숙사’라는 말은 옛 말이 돼버렸다.

대학부지에 민간 사업자가 건립하고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민자 기숙사는 2005년 시작됐다. 대학 측에서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새 기숙사를 지을 수 있고 학생들은 깨끗한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학기당 1인실 비용은 건국대 민자기숙사인 ‘쿨하우스’ 219만원, 고려대 ‘프런티어관’ 232만원, 연세대 ‘SK국제학사’ 264만원이다. 이는 해당 학교 주변의 평균 월세보다 30만원 이상 비싼 편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건국대, 고려대, 연세대 총학생회와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는 민자 기숙사의 운영비를 공개하라며 공익소송을 냈다. 민자기숙사의 운영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가 제기됐지만 학교 측에서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식권 구입까지 강제해 문제가 되고 있다. 서강대는 올해 2학기부터 기숙사 학생들에게 무조건 하루 두 끼의 식권을 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 기숙사 배정을 취소한다.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환불 받을 수도 없다. 학생들로서는 비싼 숙식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의 정미영(가명·24)씨는 “아침과 저녁이 모두 의무식이여서 비싼 기숙사비에 식비까지 지불하고 있다”며 “일정 때문에 매번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어 구입한 식권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식권 구입을 강제하는 이유는 식당 운영비의 적자를 막기 위해서다. 서강대 관계자는 “식권 구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적자가 나서 기숙사 식당을 운영할 수 없다”며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 환불이 가능하도록 계약 내용을 일부 바꿨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전국 17개 국공립 사립대의 기숙사 이용약관을 점검해 불공정 약관을 유지한 강원대, 건국대,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 11개 대학에 시정을 요구했다.

민자기숙사 정보공개청구소송 제기에 관한 기자회견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생협 이용 및 재단의 투자 확대가 해법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대학 상업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이 거론된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대학 구성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되는 대학생협은 학생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만큼 일반 상업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현재 약 30개 대학이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제품의 질도 외부 상업시설보다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덜 찾게 된다. 그 바람에 14년간 운영된 세종대 생협은 지난해 2억원의 적자를 내고 문을 닫았다. 따라서 각 대학들이 세종대 생협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학교 측에서 적절한 지원을 하고 대학 구성원들도 조합원으로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대학 재단의 적극적인 투자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 법인이 최소한의 법정부담금을 준수하지 않거나 수입을 적립금 축적에 사용하는 등 대학 운영을 위한 기본 책무를 방만하게 이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적극 투자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대학 상업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설이 인턴기자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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