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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뻔한 거짓과 억지로 국제사회 고립 자초하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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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뻔한 거짓과 억지로 국제사회 고립 자초하는 北

입력
2017.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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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남 독살 사건 발생 열흘 만인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라는 형식으로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이 기가 찬다. 이 사건을 ‘공화국 공민(북한 주민)의 쇼크사’라고 지칭,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 배후설은 남한 당국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이라고 황당한 억지를 부렸다. 말레이시아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 해놓고 거꾸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우리를 걸고 들고 있는 것이야말로 천만부당하며 초보적인 인륜ㆍ도덕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한 대목은 적반하장의 극치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사건 직후 평양으로 도주한 용의자들 외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1명이 범행에 관여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 배후 정황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범행에 사용된 독 성분 종류가 밝혀지지 않았고, 김정남의 신원이 DNA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이점을 파고들면서 자못 조목조목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를 반박하고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자가당착과 모순투성이라는 게 쉽게 드러난다.

북한은 과거에도 자신들 소행이 뻔한 테러 사건 때마다 이번처럼 한동안 침묵하다 증거가 하나 둘 드러나면 전면 부인하는 행태를 보이곤 했다. 1983년 10월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 일행을 노린 아웅산 묘지 폭파사건과 서울 올림픽 개최 방해 목적이 분명했던 1987년 11월 KAL기 폭파사건 등이 그랬다. 관련국 정부 수사결과를 전면부인하고 남한을 끌어들여 뒤집어씌우거나 사건 본질을 흐려 영구미제로 몰아가려는 수법도 여전하다.

이런 뻔한 거짓과 억지가 국제사회에 통하리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사건 발생지인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총리까지 나서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비자면제협정 철회와 함께 단교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 동안 비교적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아세안국가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경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다. 핵ㆍ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이 가중되는 속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이 나라들마저 등을 돌리면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언제까지나 현실을 외면한 채 착각과 미망에서 헤맬지 개탄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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