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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기 권총ㆍ폭발물 제조서적도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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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기 권총ㆍ폭발물 제조서적도 버젓이 판매

입력
2016.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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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래 많은 품목은 마약

“추가 비용 내면 당국 추적 피해”

사이트 폐쇄해도 곧 다시 개설

美 정부는 추적 엔진 개발 착수

온라인 암시장 '다크넷'의 한 사이트에서 권총 한 자루가 1,7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캡처
온라인 암시장 '다크넷'의 한 사이트에서 권총 한 자루가 1,7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캡처

다크넷 세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프랑스인 A씨의 마약 구입 통로로 알려진 H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해 봤다. 이 사이트에 들어 가려면 익스플로러, 크롬 등 잘 알려진 브라우저가 아닌 토르(Tor)라는 특수 브라우저가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다운받은 토르를 실행한 뒤 창에 ‘.onion’으로 끝나는 16자리 도메인 주소를 입력하자 바로 접속이 가능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내부용으로 만들어진 토르는 6,000개 서버에 트래픽(통신장치나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웹사이트 이용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 토르를 기반으로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6,000개 서버 중 복수의 불특정 서버와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초 발신자 인터넷 주소를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가지 간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한 뒤 들어간 H 사이트는 불법 천국이었다. 마약과 음란물, 위조지폐 등 11개 불법거래 항목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마약은 가장 거래가 많은 이 사이트 최고 아이템이었다. 대마초와 필로폰 등 8,900여개 마약류를 거래하는 글이 무게와 가격까지 표시돼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판매자들은 국제배송을 통해 물건을 건네 줄 수 있다고 선전했고, 소정의 추가비용만 내면 수사당국의 추적에서도 자유롭다고 호언장담했다. 세계 각국에서 유통을 엄격히 금지한 아동음란물을 비롯해 각종 음란 동영상도 10달러(1만1,000원) 전후의 저렴한 가격에서 매매가 오갔다. 사진과 개인정보를 전송하면 수요자가 원하는 국가ㆍ지역의 운전면허증 등 각종 신분증을 199달러(22만6,000원)에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다크넷이 운영하는 불법거래 사이트 중 거래량 기준 5위인 H 사이트의 거래 실태가 이 정도였다.

최대 규모로 알려진 A 사이트는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마약, 음란물은 기본이고 총기와 폭발물까지 거리낌 없이 거래됐다. 소음기가 달린 글록18 권총은 3,700달러(421만 4,000원)에 판매 중이었는데, 이미 거래 완료를 알리는 27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200달러(22만7,000원)짜리 다이너마이트와 C4(제4형 복합폭발물질) 폭발물 제작법이 나온 책자의 매매가는 단돈 5달러(5,600원)에 불과했다. 극단주의 이슬람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다크넷을 테러에 쓰이는 무기 공급 루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크넷 상 불법사이트를 근절할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요원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3년부터 단속에 나선 세계 최대 마약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도 폐쇄 한달 만에 ‘실크로드 2.0’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다시 개설됐다. 미 당국이 해당 사이트를 다시 폐쇄하자 현재는 ‘실크로드 3.0’이 새롭게 등장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다크넷 추적이 가능한 차세대 검색엔진 ‘메멕스(Memex)’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인터넷보안 업체 스틸리언의 신동휘 이사는 17일 “국가 전체 인터넷망을 폐쇄하면 모를까 현재 이론상으로 다크넷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법사이트 이용자의 실수를 기다리거나 다른 정보를 역추적해 거래를 밝혀내는 방법 밖에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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