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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로 번갈아 숨쉬다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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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로 번갈아 숨쉬다 쓰러졌다”

입력
2017.07.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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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레일러 참사 생존자 진술

운전기사 “사람 탄 줄 몰랐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밀입국자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4일 현장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초, 물 등이 놓여 있다. 샌안토니오=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밀입국자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4일 현장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초, 물 등이 놓여 있다. 샌안토니오=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대형 할인매장 주차장의 뜨거운 트레일러 안에서 23일(현지시간) 발견된 이들은 냉방장치가 있다는 불법 밀입국 알선자의 거짓말에 속아 찜통 같은 트럭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은 냉방 장치는커녕 환풍구조차 제대로 없어 하나의 구멍으로 돌아가며 숨을 쉬다 하나 둘 쓰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살기 위해 벽을 두드리고 소리쳤지만 트레일러는 두 시간가량을 계속 달렸고, 이로 인해 1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25일 AP통신 등은 밀입국 알선업체의 트레일러를 운전한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60)와 생존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이같이 보도했다.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주 국경마을 러레이도에서 트레일러에 탄 아단 라라 베가(27)는 “분명 시원한 곳에 우리를 넣어준다고 했는데 타 보니 상황이 달랐다. 출발하고 한 시간 뒤 우는 소리, 물을 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땀을 비오듯 흘렸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레일러에는 100명가량이 타고 있었지만 환풍구가 막혀 사람들은 구멍 하나를 두고 번갈아 숨을 쉬었고, 차를 세우기 위해 소리치며 차벽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질주는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240km를 달려 샌안토니오 월마트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그 동안 질식, 열사병 등으로 8명이 숨졌고, 30여명은 뇌 손상을 입는 등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부상자 중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추가로 사망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운전사인 브래들리 주니어는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트레일러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차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 때서야 트레일러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라며 “문을 열자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일부는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그는 최소 1명이 죽은 것을 알아 차렸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한편 브래들리 주니어는 이민자들을 불법으로 수송한 혐의 등으로 24일 기소됐다. 유죄로 확정되면 최대 사형 또는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는 인수된 트럭을 새 주인에게 양도하기 위해 운전만 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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