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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무역규칙 바꿀 때다

입력
201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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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분야의 투자액이 매년 4조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는 대략 660억달러(약 72조원)로 호주, 인도, 러시아, 이탈리아, 캐나다와 비슷하다. 국가 경제에서 IT 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런 투자 노력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정보분석 등 IT 발전으로 디지털무역 시대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무역의 눈부신 발전에 비해 국가간 무역규칙은 이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 유럽, 중국, 브라질 등 일부 주요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무역 보호주의는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요주의해야 하는 새로운 풍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변화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디지털무역 보호주의는 관세처럼 직접적 형태도 있지만 국경간 데이터 전송 금지, 자국 기술보호 정책, 정부조달 분야의 자국 제품 선호, 지적재산권 침해 등 간접적인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는 IT 기반 경제에서 혁신의 발목을 잡고, 디지털무역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무역 시대를 맞아 새로운 무역 원칙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 됐다. 전세계 각 경제 구역별로 국제통상의 다자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나라와 같은 디지털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이 당면한 디지털무역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혁신적 무역 원칙을 통해 경제성장의 촉진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국경간 데이터 교류 허용 등과 같은 혁신적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가 하나가 되고 하나의 무역권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시대에 서버나 인프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에 걸맞은 무역 원칙이 나와야 한다.

둘째는 기술혁신의 촉진을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은 선진국으로 가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는 머리로 먹고 사는 국가와 손발로 먹고 사는 국가로 구별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 강국을 이룬 우리나라도 머리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보호의 획기적인 전기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단체인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합(BSA)이 발표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40%로 미국, 일본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셋째는 공정 경쟁이 키워드가 돼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자국의 기술만을 고집하면 불공정한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퇴보를 면할 수 없다. 이제는 과감한 개방정책을 통해 가장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부터 솔선수범해 조달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기술가치 창출과 목적 부합성을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주요 무역권에서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위한 협상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태지역만 보더라도 전세계 GDP의 40%, 전세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환태평양동반자회의라는 포괄적 협상에 들어가 있다. 이 외에도 범대서양 통상투자 파트너십, 서비스 분야 다자간 협상인 서비스 통상 협약, IT 신제품에 대한 관세를 허물기 위한 70개 국가의 다자간 협상인 정보기술 협약도 추진되고 있다. 이런 협상들은 디지털무역의 새로운 틀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인 동시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우리가 디지털무역 보호주의의 덫에 걸려 퇴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무역질서에 선도적 역할을 하느냐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디지털무역 강국이라는 미래의 우리 모습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디지털경제의 성장을 도모하고 새로운 무역질서를 통해 자기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지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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