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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세습ㆍ공포정치 실상 일깨운 고위층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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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세습ㆍ공포정치 실상 일깨운 고위층 망명

입력
2016.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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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 가족이 북한 귀환을 앞두고 지난달 망명을 신청해 최근 한국에 입국했다. 태 공사는 현학봉 대사에 이은 주 영국 북한대사관의 2인자로 남측으로 탈북한 인사 가운데서는 최고위층에 속한다. 특히 태 공사와 그의 부인 오혜선은 모두 북한 최고의 엘리트 계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의 후예다. 외교관은 물론 해외 주재 종업원, 수학 영재 등 북한에서 우대를 받았을 인사들의 탈북이 잇따르는 상황은 체제 불안이 상ㆍ하층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 공사 가족의 망명은 뜻밖이다. 우리 당국은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태 공사 부친은 김일성의 항일 투쟁 동료인 태병렬 전 인민군 대장으로 알려졌으며, 부인 오혜선 역시 빨치산 출신인 오백룡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친척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태 공사는 영국 현지에서 세포비서 역할을 수행하며 외교관과 가족의 사상교육을 관장했다고 한다. 북한 체제의 특별한 혜택을 누리며, 주체사상으로 무장했을 고위 엘리트 인사가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어서 그의 망명 동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태 공사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의 장래 문제 등을 탈북 동기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태 공사의 직접 설명을 듣지 않은 이상 정확한 동기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무분별한 핵ㆍ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을 외교현장에서 충분히 체감한 것이 배경일 것으로 짐작한다. 당장 예견되는 생활고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라는 북한 정권의 압박도 심했을 터이다. 더욱이 선대와 달리 완급 조절도 없는 김정은의 통치가 체제에 대한 회의를 부추겼을 법하다. 자녀의 장래 고민 역시 김정은 체제하에서 변화 가능성이 없는 북한 사회의 암울한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김정은은 집권 후 국제제재를 무릅쓰고 핵ㆍ미사일 전략무기 강화와 대대적 숙청을 통해 정권 기반을 닦는 통치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탈북 방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태 공사를 비롯한 엘리트층의 망명은 북한 권력 내부의 균열을 보여주는 동시에 3대 세습과 공포 정치의 한계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엘리트층의 망명 러시를 점치지만, 북한 사회에 미칠 장단기적 영향을 다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의 사회변화를 주시하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 전략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할 정부의 책무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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