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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설 민심 “대표주자 없어 文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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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설 민심 “대표주자 없어 文 반사이익”

입력
2017.01.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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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보다 부동층 많지만

정권교체 열망 어느 때보다 강해

제3지대 빅텐트 추이에 주목

체불 임금 581억 육박하는데

대안 내놓는 정치인 없어 불만”

부산ㆍ울산ㆍ경남(PK) 지역은 과거 권위주의 및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때는 김영삼(YS)과 신민당의 열광적 지지자였고 박정희 유신체제 붕괴의 도화선이 되었던 부마항쟁의 주역이었으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대구ㆍ경북(TK) 지역과 더불어 보수당의 지역적 기반이 되어 왔다. 그러나 보수 정치가 깊게 착근한 TK 지역과는 달리 ‘바보’ 노무현이 16대 총선에서 부산에 도전장을 낸 이래 진보의 도전과 보수의 수성이 거듭됐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치 세력은 PK 지역에서 총 40석 중 12석(부산 5석, 경남 4석, 울산 3석)을 차지하며 새누리당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정치적 균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가속화되는 듯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거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PK가 여전히 보수 정치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노년층으로 갈수록 “박근혜는 밉지만 보수적 가치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 그렇다고 국정농단의 주범인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바른정당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PK의 대표적 정치인인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의 창당을 주도했고 총 30명의 의원 중 PK 지역 의원이 11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대는 눈치다.

그런데 눈에 띄는 PK의 대표주자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런 연유인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실제 설 직전의 지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더 앞선다. 이런 분위기는 90년 3당 합당 이래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 추세라면 다가올 조기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이 먹힐 것 같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앞서고 있다. 격차도 전국적 추세와 거의 같다.

지역 유권자들은 연초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반 전 총장 귀국 시점만 하더라도 반기문에 대한 기대가 더 우세했는데 귀국 후 행보에 대한 실망감으로 기대를 접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대선에서 PK 지역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이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벚꽃 대선’을 대하는 PK민심에는 아직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층이 많다. 그만큼 PK의 민심이 유동적이라는 말이다. 민주당이 과연 PK를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많다. 새누리당의 정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지 노력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문재인에 대한 열광이 과거 YS가 지역에서 누렸던 영광에도 못 미친다. 부산 사람이라 딱히 걸릴 게 없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노년층에서 문재인을 ‘종북으로 지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PK 지역은 정치재편성과 보수회귀의 길 중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3지대 혹은 빅텐트 등이 가시화한다면 보수 정치에 대한 미련은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여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PK지역에서도 설날 밥상머리 대화 중 빠지지 않는 게 먹고 사는 문제였다. 경남 지역의 체불 임금은 581억원에 달한다. 조선의 메카 거제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김해공항이 어떤 신공항이 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제2의 도시 부산은 매년 공동화의 증가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대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게 PK지역의 불만이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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