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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성매매라는 굴레

입력
2015.04.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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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사진집 ‘청량리 588’에 묶인 사진들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씨가 찍은 1984~88년 서울 전농동 588번지 성매매 업소 밀집지 풍경이 담겼다. “세상은 성매매 여성들더러 더럽다 하지만 그들은 빈곤하고 달리 돈을 벌 수단이 없을 뿐”이란 게 조씨의 말이다. 거리에 의자를 내놓고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찍은 조씨의 사진. 조문호씨 제공
최근 출간된 사진집 ‘청량리 588’에 묶인 사진들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씨가 찍은 1984~88년 서울 전농동 588번지 성매매 업소 밀집지 풍경이 담겼다. “세상은 성매매 여성들더러 더럽다 하지만 그들은 빈곤하고 달리 돈을 벌 수단이 없을 뿐”이란 게 조씨의 말이다. 거리에 의자를 내놓고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찍은 조씨의 사진. 조문호씨 제공

나쁜 짓은 강제지 매매가 아니다. 오죽하면 성-몸을 팔까. 생계는 모질고 시장은 비정하다. 언짢다. 여전히 인권이 사치인 그들의 실존이, 여성한테 들씌워진 차별ㆍ혐오 이중 굴레가.

“‘성적 자기 결정권’은 시민권 운동에 이은 1970년대 미국의 성 해방 투쟁에서 등장했다. 이 권리는 그간 성적으로 억압되었던 여성과 동성애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 일반 남성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은 권리가 아니라 기득권이다. (…) 이처럼 성적 자기 결정권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모든 자유가 그렇듯 타인의 권리와 충돌한다. 이 때문에 다른 인권 개념처럼 약자의 권리일 때만 의미 있는, 상황에 따른 권리다. 간통죄, 성매매 모두 성적 자기 결정권과 무관하다. (…) 언제나 당당한 집단은 구매 남성들이다. (…) 성매매가 범죄인 것은 성을 매매해서가 아니다. 성매매는 성별, 성차별 제도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정권이 아니라 여성 인권 문제다. 성(몸) 매매가 왜 불법인가? 누구나 노동과 임금을 교환해서 먹고산다. 남녀가 같은 일에 종사해도, 여성이 ‘더 파는 것’처럼 보이는 성차별이 있을 뿐이다. 손발, 머리 등 몸의 어느 부분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이들은 ‘지식인’이고, 어떤 이들은 ‘노가다’로 분류된다. 거듭 강조하는 바, 성매매는 매매가 아니라 성별이 문제다. (…) 구매자와 판매자가 압도적으로 남녀로 나뉜 직업이 성매매 말고 또 있는가. (…) 성매매 제도는 여성 전반을 성적 낙인 속에 가둘 수 있는 여성 혐오의 시작이다. (…) 성매매는 자기 결정권과 무관하다. 남녀의 성에 대한 이중 잣대에서 출발하는,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성적 자기 결정권과 무관한 성(경향신문 ‘정희진의 낯선 사이’ㆍ여성학 강사) ☞ 전문 보기

“성매매 특별법에선 인신매매 등 강제 성매매의 경우엔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매수자인 남성도 처벌한다. 하지만 과거엔 성매매 여성들만 불문곡직하고 처벌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툭 하면 단속에 걸려 벌금을 바치니 나라가 악덕 포주라는 거다. (…) 그럼에도 성매매 여성들이 현행법에 훨씬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건 법 자체의 문제보다 ‘생계형 성매매’에 대해 가혹해진 환경 때문일 거다. (…) 그들을 보면 알게 된다. 성매매밖에 할 게 없는 ‘실존적 삶’이라는 게 있다는 걸 말이다. (…) 종일 설거지라도 할 수 있는 체력도 못 타고난 데다 부모 복까지 없는 여성도 있다. 뼈와 근육이 약해 늘 앉아만 있는 성매매 여성이 있었다. 그가 사회에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 성매매 특별법이 탈성매매를 돕고 빠져나올 길을 제시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범죄자로 규정해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다. (…) 사회마다 지향하는 풍속의 기준이 있고, 풍속이 문란해지는 건 막아야 한다. 하지만 약자들의 생계 문제를 법 조항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실존적 삶’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입법과 정책이 그래서 필요하다. 그들은 제일 약한 국민이다. 나라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최고 악질 포주는 나라다”(4월 15일자 중앙일보 ‘양선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대정부 질문 기간 나흘 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질문 공세를 당해 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정부 질문 기간 나흘 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질문 공세를 당해 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방은 충분히 길다. 여야가 함께 상처 입기에. 희생양으로 대통령은 부활할 거다. 총리다.

“이번 파문이 당장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야당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 박 대통령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와 ‘정치개혁 차원’을 강조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 파문이 어떻게 잦아들든, 여야에 정치적 상처를 남길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정치불신만 깊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비슷하다. 다만 파문의 이런 ‘평평한 정치지형’도 대응에 따라 언제든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완구 총리의 처신이다. (…) 이 총리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진실공방을 계속할 태세이고, 검찰 수사는 아직 실체적 진실을 가릴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국민판정은 이미 내려진 셈이다. 구체적인 돈 전달 정황이 폭로됐고, 목격자 증언까지 나왔다. 하급직 공무원이라면 그래도 최종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지만, 총리는 다르다. 국민의 신임과 지지를 잃어 국정을 총괄할 권위를 잃었다면 더 이상 수사 결과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실질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하루하루 총리직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딱해 보일 지경이다. 그런 상태가 이어지는 한 이번 파문이 기본구조와 달리 권력 주변 비리 사건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런 화근을 내버려 두는 청와대의 현실정치 감각과 방략이 의심스럽다.”

-이 총리, 그만!(한국일보 ‘황영식의 세상만사’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데 대해선 “목숨을 담보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협박”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 평정심을 잃은 듯한 이 총리의 ‘오럴 해저드(oral hazardㆍ언어적 해이)가 위태위태해 보인다. 위기 돌파에 능하다고 자처하고 혈액암까지 이겨냈다는 이 총리가 ‘허무맹랑한(본인 생각)’ 의혹 제기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렇게 스텝이 꼬인다면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있을까 싶다. (…)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출국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긴급회동에서 이 총리 문제 등 현안에 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자진 사퇴의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 총리는 자전적 에세이집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서 외롭고 불안하고 마음이 조급할 때 구명줄 역할을 해준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한번쯤은 긴 호흡을 하고 여유를 찾게. 한번쯤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지금이야말로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를 돌아볼 때가 된 듯하다.”

-이완구, 그 자리에서 멈춰 뒤돌아보기를(동아일보 ‘박성원의 정치해부학’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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