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주 기자

등록 : 2018.04.22 20:00
수정 : 2018.04.22 20:30

[법에 비친 세상] 휴업중 회사에 부동산 증여해도 과세…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기 쉬워

등록 : 2018.04.22 20:00
수정 : 2018.04.22 20:30

법원, 편법 증여로 판단

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오너인 전모씨는 2011년 8월 자녀 4명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A사 지분을 각 25%씩 나눠줬다. 이듬해 4월엔 자신이 보유한 8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A사에 증여했고, 이에 따라 법인 순자산이 증가하자 법인세 약 16억원을 납부했다. 이후 전씨 자녀들은 석유화학제품 등을 주로 다루던 A사 사업 범위를 부동산업과 상가 및 토지 임대업으로 확대하고, 부동산 개발을 위한 컨설팅을 받는 등 본격적인 임대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2015년 8월 전씨 남매 앞으로 한 장의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부동산 증여분에 대해 한 사람당 약 10억원씩, 총 40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하라는 내용의 세금고지서였다. 과세당국은 “전씨의 부동산 증여로 사실상 휴업 중인 A사의 주식가치가 상승해 우회적 재산증여에 해당한다”고 과세 이유를 알려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휴업이나 폐업 중인 회사에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해서 주주 등이 1억원 이상 이익을 얻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전씨 자녀들은 “당시 회사에 매출이 존재했고,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냈다”며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곧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부동산을 증여한 2012년 당시 A사가 사실상 휴업 또는 폐업상태라고 판단했다. 2005~2008년 사업연도에 수입금액이 없었고, 2009년 이후엔 매출금액이 연 100만원에 불과한 데다, 이때부터 부동산 증여 시점인 2012년까지 회사가 직원 급여 등을 지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휴ㆍ폐업 중인 법인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데다, 이를 이용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으면서도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편법 증여로 판단한 것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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