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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朴心 지키려 무리수? "언론탄압 국제망신 자초"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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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朴心 지키려 무리수? "언론탄압 국제망신 자초" 지적도

입력
2014.10.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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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허위 적시… 정당한 기소" 주장 "허위 인지·비방목적 입증해야" 반론

극우언론 산케이 비판과 기소는 별개…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바라봐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8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8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ㆍ48)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일 간 외교 마찰과 함께 일본 언론은 물론 서구 언론에서도 ‘언론자유 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현 정권과 검찰이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려다 국제 망신을 자초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검찰은 법리적으로만 보자면 기소 자체는 당연한 처분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8월 3일자에 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 칼럼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라고 봤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면 공익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도 “결국 대통령에 대한 추문을 그대로 기사화했는데, 문제의 기사가 ‘7시간 행적’이 아니라 스캔들에 무게중심이 잡혀 있다고 본다면 유죄 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김갑배 변호사는 “공직자에 대해선 폭넓은 비판이 가능하다는 게 명예훼손죄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라며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의혹 제기 수준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은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일반인의 경우엔 전적으로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문제도 공직자의 경우는 다르다”며 “공무 관련 사항이 아니어도 진실성, 청렴성 부분과 결부된다면 ‘사생활 보도’ 또한 공익을 위한 목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칼럼을 쓸 당시‘비선(秘線) 접촉 의혹’이 허위임을 인지했고, 박 대통령을 비방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법리적 논쟁과는 별개로, 언론의 자유를 고려했을 때 이번 검찰의 기소가 무리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오랫동안 국제 언론의 자유 옹호자들은 한국 정부가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마가렛 세카쟈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좌관은 지난해 한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면서 명예훼손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썼다. 산케이신문이 극우적 시각에서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다는 사실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사법처리를 통해 언론을 위축시키려 한다면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대한 옹호나 민족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라 언론ㆍ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사건”이라며 “정권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은연 중에 위축될 수가 있는데, 바로 이 점을 노린 게 아닐까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검찰의 결정은 청와대의 의중을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명예훼손죄는 기본적으로 반의사불벌죄이므로, 검찰은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로부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뒤 기소를 강행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더해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이번 사건이나 앞으로 발생할 유사 사건에 대해 ‘강경 대응하라'는 일종의 메시지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13일쯤 이번 사건을 형사합의부에 배당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명예훼손 사건은 통상 판사 1명인 단독재판부가 맡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처리하는 게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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