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록 : 2018.03.10 04:40

[여의도가 궁금해?] “대북특사 빅뉴스 덮은 안희정”

정치부 카톡방담 - 메가톤급 미투 폭풍

등록 : 2018.03.10 04:40

민주당, 폭로 당일 신속 수습

꼬리 자르기 논란 자초하기도

한국당, 박근혜 배신감에 비교

바른미래당은 표정 관리 중

여야 ‘제2의 안희정’에 전전긍긍

보좌진들도 미투 폭로 이어져

피해자들 힘들게 용기 내는데

‘음모론’ 농담하는 정치인 씁쓸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로 정치권에 메가톤급 미투(#Me Too) 폭풍이 상륙했다.법조계와 문화예술계의 폭로가 잇따를 때만 해도 정치권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목도한 정치권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앞으로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여야 모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6ㆍ13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한 정치권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카톡방을 열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여야 입장은 어떤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더불어민주당은 말 그대로 패닉입니다. 5일 방송을 통해 피해자 폭로가 나온 뒤 “대북특사 파견을 덮을 뉴스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핵폭탄이 터졌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야당은 안 전 지사의 가면이 벗겨졌다고 비판하고 있죠. 특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어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에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커요. 자유한국당에서는 충남도민이 안 전 지사에게 느끼는 배신감을 한국당 지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비교하더군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중도보수 정당인 바른미래당은 안 전 지사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와요. 폭로 이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바른미래당은 다소 상승했거든요. 안 전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층 일부가 움직였다는 판단입니다.

사이다=충격적인 것은 미투 운동이 번져나가고 있을 당시에도 성폭행이 이뤄졌고 다른 피해자의 추가 폭로가 나온 것이죠. 8일 예정된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이 급하게 취소된 배경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당나귀=안 전 지사 측이 언론과 접촉을 자제하고 있어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선 안 전 지사 측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법적 다툼 과정에서 재기의 기회를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요.

여당 탐구생활(탐구생활)=당초 기자회견 전날 사설정보지 형태로 안 전 지사 측이 첫 폭로자인 김지은씨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김씨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이 떠돌았어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기자회견에서 안 전 지사가 사과만 할지 김씨의 주장을 반박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요. 7일 저녁 두 번째 폭로가 나왔습니다.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를 두고도 안 전 지사 측이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회견문을 발표하려고 하자 여권의 만류가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안 전 지사는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국민들께 사죄드리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수사에 협조해서 법의 처분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죠.

사이다=민주당은 폭로 당일 신속한 대응에 나섰어요. ‘꼬리 자르기 식 대응’이라는 비판도 있던데요.

당나귀=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오히려 진상조사는 당의 역할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게 문제 아닌가 싶어요. 꼬리 자르기 논란을 자초한 거죠. 결국은 추미애 대표가 사흘 연속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이 됐죠.

탐구생활=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지체하거나 편 드는 모습을 보였을 때 여권 전체가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거죠. 오히려 폭로 보도 이후 4시간 여 만에 제명을 결정하고 당 대표의 대국민사과를 신속히 해서 역풍을 덜 맞았다는 평가도 있어요. 이후 당 지도부가 나서 거듭 사과를 하고 있고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사이다=민주당에선 서울시장 출마를 예고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어요.

찍고=피해자의 폭로가 나온 당일 지사 직 사퇴를 발표한 안 전 지사와 달리 정 전 의원은 공식 입장을 바로 밝히지 않고 법적 대응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정 전 의원은 7년 전의 일인 데다 죄질이 안 전 지사보다는 가볍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정 전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당분간 진실공방으로 흐를 것 같네요.

당나귀=정치권에선 정 전 의원과 관련한 얘기가 돌긴 했어요. 김어준 씨의 ‘미투 공작설’ 발언이 나온 것도 그 즈음이죠. 최근 잇단 폭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김씨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두둔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이다=정치권에선 미투 운동을 지방선거의 변수로 보는 것 같아요.

구공탄=지방선거에 나서려는 후보들도 저마다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는 등 비상이 걸린 분위기에요. 바른미래당은 성범죄자 공천 배제는 물론 예비후보들의 자격심사위원회에 미투지원단장을 임명하는 등 어느 선거보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히고 있죠. 그러나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탐구생활=이미 미투 운동이 지방선거의 뇌관이 됐어요. 다만 아직까지 여권 인사들에 대한 폭로가 집중되고 있다고 무조건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이번 기회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당 내부를 정비하고 공천 과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오히려 자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털 수 있는 건 최대한 털고 가야 한다는 거죠.

사이다=정치인 외에 국회 보좌진에서도 미투 운동이 시작됐죠.

티없이 맑은 아이(맑은 아이)=지난 5일 현직 비서관이 실명으로 “국회 내 성폭력 근절 등 자정 작용을 바라며 용기를 낸다”고 밝히며 의원실 내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했습니다. 그간 ‘여의도옆대나무숲’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익명으로 제보되던 성폭력 피해 글이 국회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실명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탐구생활=보좌진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체적입니다. 국회에서도 더 많은 미투 폭로가 나오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혀요. 그만큼 ‘정치권의 적폐’가 많았다는 방증이죠. 국회 보좌진의 첫 실명 폭로로 한 명의 보좌관이 면직됐고, 보좌진의 익명게시판에는 이미 3, 4명의 의원 이니셜이 거론되고 있어요. 보좌진의 미투 폭로는 생업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쉽지 않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의원을 겨냥한 폭로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아요.

사이다=안 전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정치권의 구조적인 원인에서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찍고=폐쇄적 구조의 국회의원실은 보좌진을 채용할 때 평판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때문에 상급자나 의원에게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고, 그 결과 가해와 피해는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죠.

탐구생활=국회 보좌진의 채용ㆍ해임 방식이 일반 직장과는 너무 거리가 있잖아요. 일정한 채용절차는 있지만 의원과 일부 수석보좌관에게 채용과 해임의 권한이 집중돼 있습니다. 국회 내 채용이나 해고의 부당함을 구제해 주는 기구도 없고, 노조도 없어요. 갑질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사이다=7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느닷없이 ‘음모론’을 제기했어요. 미투 운동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빈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 같아요.

맑은 아이=미투와 관련한 농담을 안부 인사처럼 주고 받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힘들게 용기를 낸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지하기 보다,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앗아가는 가해자처럼 보는 시선이 은연 중에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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