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광학의 書 발간 1000년…빛은 이슬람 세계서 왔다

알림

광학의 書 발간 1000년…빛은 이슬람 세계서 왔다

입력
2015.01.28 20:00
0 0

올해 유엔 지정 세계 빛의 해

태양 빛이 지구를 비쳐줌으로써 낮과 밤을 가르는 우리의 일상 생활은 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당연히 인간의 빛에 대한 연구의 역사도 매우 길다. 아랍 과학자인 이븐 알 하이삼은 1,000년 전 7권으로 구성된 ‘광학의 책’(원제 시각의 책)에서 “시각적 인식은 물체에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와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눈에서 빛이 나와 사물을 볼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사람들은 반대로 물체에서 나오는 빛이 눈으로 들어와 인지된다는 이론의 등장에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알 하이삼은 이후에도 눈의 구조와 대기 굴절, 렌즈, 무지개, 천체 관측 등 광과학 관련 이론을 잇따라 정립하면서 근대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엔은 1,000년 전 광학의 토대를 만든 알 하이삼, 150년 전 빛이 전자기파임을 보여주는 이론을 정립한 맥스웰, 100년 전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념해 올해를 ‘세계 빛의 해’로 선포했다. 그간 훌쩍 성장한 빛의 영역은 이제 레이저와 초고속 광통신,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등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광산업 시장규모는 매년 빠르게 성장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빛 둘러싼 최대 논쟁은 입자 vs 파동

빛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빛을 다루는 광과학과 광기술이 발전했다. 광과학 분야에서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난 큰 논쟁 중의 하나는 빛이 입자인가, 아니면 파동인가 하는 것이다. 17세기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정립한 뉴턴은 빛의 모든 특성을 빛의 입자성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그 당시 빛의 파동성을 주장하던 호이겐스나 후크 같은 과학자도 있었으나, 뉴턴이 워낙 천재적인 대가라서 그의 입자론은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빛의 파동성은 1800년대에 들어와서 영국 과학자인 토머스 영에 의해 확고해졌다. 프레넬은 빛의 회절 이론을 정립하여 빛의 파동성을 뒷받침하였다. 이러한 빛의 간섭이나 회절 특성은 빛의 입자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입자론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와서 아인슈타인에 의해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금속에 빛을 쪼였을 때 발생하는 전자의 특성을 설명하는 광전효과 논문을 발표했다.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을 파장에 따라 에너지가 정해지는 입자로 생각해야만 했다. 상대성 이론은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라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한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어떻게 빛의 간섭과 회절, 광전효과를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을까를 해결한 것은 프랑스 과학자 드브로이였다. 드브로이는 모든 물체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갖고 있다는 파동-입자 이중성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한 쪽은 입자성을 보이고 다른 한 쪽은 파동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동양의 과학자였다면 이러한 이중성을 음양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았을 가 생각해 보지만 서양에서 먼저 해결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탐구의 대상에서 산업의 핵심으로

빛 연구의 역사에서 1960년은 기념할만한 해이다. 인간이 만든 새로운 종류의 빛이 탄생하면서 빛이 호기심의 대상에서 산업발전의 핵심으로 거듭나게 됐기 때문이다. 광과학과 광기술 분야의 발전에 비약적 전기를 마련한 이 발명품은 바로 ‘레이저’다. 레이저 발명에는 당시 내로라하는 연구소가 경쟁이 붙었다. 미국의 벨연구소,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쟁쟁한 과학자들이 나섰지만, 결국 승자는 당시 별로 알아주지 않던 휴즈연구소에서 루비 레이저를 발명한 과학자 마이먼이었다.

루비 레이저 탄생 이후 다양한 종류의 레이저가 등장했고, 그 용도 또한 과학연구뿐만 아니라 산업, 의학, 국방 분야 등으로 넓어졌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로봇 팔에 연결된 광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레이저로 용접이나 절단을 하고, 반도체 공장에서는 반도체 기판의 절단에 레이저를 사용한다. 요즈음은 병원에서도 외과 수술용으로나 피부과, 안과 등에 여러 종류의 레이저를 쓰고 있다. 군용으로 사용되는 레이저도 거리 측정에 사용하는 비교적 낮은 출력의 것에서부터 미사일을 파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고에너지 레이저까지 다양하다. 레이저는 또한 광통신, DVD나 바코드 스캐너 같은 일상생활에도 널리 이용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레이저 출력의 향상에 따라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연구도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에서 활발하다. 레이저 핵융합의 실현을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하는 초대형 레이저가 요구된다. 세계 최대 레이저 장치인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레이저 시설은 축구장 2개 크기의 실험실에 설치된 192개 레이저 빔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펄스 당 전체 출력 에너지가 2MJ(백만줄)에 이르며 단위시간 당 출력은 0.5PW(페타와트=1,000조 와트)에 달한다.

한국 레이저 연구 어디까지 왔나

한국에는 초대형 핵융합 레이저 시설은 없지만 순간 출력이 세계 최고인 레이저 시설이 있다. 순간 출력으로 초고출력 레이저 출력을 얻는 데는 레이저 펄스폭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요즈음은 레이저 펄스폭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수십 펨토초(fs=1,000조 분의 1초)의 레이저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1PW 출력의 레이저도 30펨토초 레이저를 쓰면, 에너지가 30J(줄)인 레이저로 구현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2012년까지 수행한 극초단 광양자빔 구축사업을 위해 30fs 펄스폭을 갖는 1PW와 1.5PW 출력의 2개 레이저 빔라인을 건설했다. 이 레이저의 1.5PW 출력은 전세계 발전량의 500배에 해당한다. 이 레이저는 규모를 소형화시킨 장치이지만 축구장 4분의 1 정도의 청정실에 설치된 대형 레이저 시설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1.3PW 레이저보다 높은 출력을 내는, 현재 가동중인 레이저 중 세계 최고 출력이다. 극한 물리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의 연구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이 레이저 출력을 올해 안에 4PW로 향상 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레이저 출력 향상과 아울러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에서는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 입자가속기 개발, 천체 플라즈마의 실험실 탐구, 레이저 핵물리 연구 등의 새로운 기초과학 연구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레이저 양성자 가속장치는 암치료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는 이런 움직임은 비단 우리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유럽에서는 국가간 균형 발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에서 10PW 출력의 초대형 레이저 시설을 2017년까지 구축하고 있어 이 분야의 세계 경쟁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