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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ㆍ사업가들 “대북투자 선점” 동남아서 치열한 물밑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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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ㆍ사업가들 “대북투자 선점” 동남아서 치열한 물밑작전

입력
2018.07.08 19:20
수정
2018.07.08 22: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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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개발 기대감 커지며

베트남ㆍ미얀마ㆍ캄보디아 등서

“北과 연결통로 없나” 문의 급증

“남북 경색돼도 계속 연결 가능”

대북교류 단체도 동남아로 눈길

지난달 11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옥상에서 싱가포르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당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려 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대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개발이 김 위원장의 주요 관심사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옥상에서 싱가포르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당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려 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대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개발이 김 위원장의 주요 관심사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합뉴스

북한 경제 개방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인들이 동남아에서 치열한 ‘물밑작전’을 펼치고 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북한 투자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의 파트너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조기에 진출하려는 것이다. 경쟁 기업들보다 북한으로 일찍 들어갈 수 있는 이점 외에도 향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동남아 파트너를 통해 사업 지속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동남아 현지 대북 사업가들은 이미 기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8일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는 호주 국적 대북사업가 송모(78)씨는 “최근 많은 한국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며 “북한 투자를 위한 루트 문의, 파트너십 제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수준이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대북 투자도 기본적으로 유엔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교역이 아닌 지사 설립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정모(59)씨는 “당장 무엇을 하자는 게 아니라, 먼저 들어가 자리만 잡자는 것”이라며 “베트남의 각종 경제협의체를 상대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파트너가 북한에 지사를 설립하고 대북 제재 해제 시 바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남한에서 북한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서울 본사가 앞서 설치한 지사를 인수하도록 한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동남아를 통한 대북 투자 움직임은 과거 중국 조선족과 손잡고 진행되던 대북 투자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송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사태 이후 중국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 대북 사업 노하우를 축적한 조선족들은 이제 직접 사업을 하려고 하지, 더 이상 한국인 뒤치다꺼리를 안 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조선족 동업자로부터 배신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림 2[저작권 한국일보] 북한동남아주요국교역 송정근기자 /2018-07-08(한국일보)
그림 2[저작권 한국일보] 북한동남아주요국교역 송정근기자 /2018-07-08(한국일보)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ㆍ협력 방식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선민후관(先民後官ㆍ민간이 주도하고 관은 지원)이 아닌 ‘선관후민’의 방식을 채택,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도 동남아를 대북 투자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사업가들의 조바심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분야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나야 사람들의 왕래가 가능해지고 투자는 그 이후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몇 달 동안의 남북 관계 변화와 달리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 실정에 많은 이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국적 취득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파트너를 찾아 신뢰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7년 전 캄보디아로 생산기지(봉제공장)를 옮긴 고모(55ㆍ홍콩 국적)씨는 “5,000만원이면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부 사업가들의 캄보디아 귀화 문의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북교류단체들도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H 남북교류단체 관계자는 “정치적 문제로 언제든 대북사업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한국인들의 북한방문은 막힐 가능성이 높다”며 “제3국의 동업자와 함께 투자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현재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인의 북한 투자는 현재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유엔 대북제재, 미국의 제재가 풀리는 것을 봐가면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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