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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의 안정을 뒤흔들 트럼프의 美 대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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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의 안정을 뒤흔들 트럼프의 美 대선 승리

입력
2016.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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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 밖의 결과다. 지난해 6월 대선 도전을 선언했을 때 부동산 재벌의 치기 정도로 여겨졌던 그다. 정치 경험이나 군 경력이 전혀 없는 후보로는 미국 최초로 대통령직을 거머쥔 것은 미국 정치의 급격한 변화라 할 만하다.

트럼프의 승리는 세계를 놀라움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이끌어 갈 만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한 의심에서다. 전세계 환율이 치솟고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

트럼프 당선자가 던진 불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리더십이다. 유례없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덜 나쁜 악마를 뽑는 선거”라는 비아냥을 자아낸 선거였지만, 특히 트럼프가 보여준 막말과 천박한 행태는 상식 이하였다. 음담패설 녹음파일, 연방소득세 납세회피 의혹,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성 추문 등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자세에 전세계는 혀를 찼다. “스타면 여자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세계를 상대로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트럼프가 초래한 분열의 정치다. 이번 선거가 인종ㆍ성별ㆍ계층 간 극심한 대립양상으로 흐른 데는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의 책임이 크다. 낡은 정치시스템, 기성정치를 뒤엎겠다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소수파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정략적으로 악용했다. 양극화에 분노한 백인남성 저소득층을 대변한다면서 “불법이민자 추방” “국경 장벽 설치”등 편가르기 행태를 정당화했다.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느냐’는 여론조사 결과,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낮은 34%에 그쳤다. 배타적 민족주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세 번째는 그가 표방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닥치는 외교ㆍ안보에서 그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 것은 거의 없다. 대 중국ㆍ러시아 관계, 이슬람국가(IS) 사태, 한반도 문제 등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세계는 잘 알지 못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당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겠다” “김정은과 대화하겠다”는 등 불쑥불쑥 내뱉는 듯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FTA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이 부추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무역위축 우려가 크다.

그의 승리로 세계 정치ㆍ경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미국을 4년간 이끌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구축해야 할 우리의 책임과 과제도 크다. 특히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첫해인 내년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구체화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미국에 경제ㆍ안보를 의존해 온 우리에게는 실로 중차대한 시기다.

반면 우리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은 이미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고 국정은 마비됐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미 행정부와 새로운 한미관계의 안정적 구도를 정립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몰아 닥친 미국발 쓰나미에 대처할 국민적 각오가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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