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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브로커ㆍ포르노 제작자를 통해서 본 뉴욕의 지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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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브로커ㆍ포르노 제작자를 통해서 본 뉴욕의 지하경제

입력
2014.07.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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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지하경제 탐사 다큐멘터리

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ㆍ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발행ㆍ368쪽ㆍ1만6,000원

‘섹스’를 매개로 이뤄지는 지하경제를 탐사한 보고서다. 전작 ‘괴짜 사회학’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의 신작이다. 10년 동안 뉴욕 지하경제의 플레이어들과 생활하며 경험한 기록을 담았다.

벤카테시가 본 지하경제의 핵심은 결국 ‘섹스’다. 포르노 가게 종업원, 포르노 제작자,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 남성, 그 둘을 연결하는 성매매 브로커 등 벤카테시가 만난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성(性)이다. 지하세계를 탐사하며 벤카테시는 “이처럼 지극히 친밀한 행위이자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내밀하고 사적인 일로 여기도록 훈련 받은 행위가 보이지 않는 실이 되어 뉴욕 사회 각계각층을 하나로 연결하는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이들과 직접 뒤엉켜 살며 벤카테시는 가난한 이민자, 상류층, 고학력자가 고정관념이 갈라놓은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실을 목도한다. 포르노 제작을 부업으로 하며 언젠가는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명문가의 상속자, 미술관에 드나드는 마약상, 부업으로 마담 노릇을 하는 부유한 금융업자의 딸이 그들이다. 이들이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부유하는 도시, 이는 벤카테시가 경험한 세계이자 그가 책의 이름으로 정한 ‘플로팅 시티’다.

그러나 사회학자가 갑자기 지하경제의 심장부로 한번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은 일. 인터뷰를 시도하다 문전박대를 당한 사연부터 플로팅 시티의 중심으로 서서히 진입하게 되는 과정, 그 한복판에서 목격하고 인터뷰한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사건 사고가 마치 소설처럼 흘러간다. 그 탐사에서 발견한 사실을 벤카테시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문화가 지배한다. 경계를 뛰어넘는 능력이 관건이다. 빈민도 당신이나 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면서도 벤카테시는 지하경제, 특히 성매매에 대한 가치판단에는 소극적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접근과 기록이 이를 감상적으로 바라보게까지 하는 건 다소 불편한 대목이다. 벤카테시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전)시장이 타임스퀘어 주변 정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중 누구도 성매매라는 경제 동인을 빠트리면 경제를 지탱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협받을 거라는 측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도시의 하층민들이 지하경제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회 구조적인 책임은 무엇인지, 성매매를 ‘섹스산업’으로까지 지칭하고 인정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는 독자들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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