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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학교 살인범 “피부색 가려가며 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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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학교 살인범 “피부색 가려가며 찔러"

입력
2015.10.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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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스웨덴 트롤하텐 크로난 학교에서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괴한이 학생들과 교사들을 공격하기 직전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트롤하텐=AFP 연합뉴스
/22일 스웨덴 트롤하텐 크로난 학교에서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괴한이 학생들과 교사들을 공격하기 직전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트롤하텐=AFP 연합뉴스

스웨덴의 이민자 밀집지역 학교에 극우 인종주의자가 나타나 교사와 학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 50여년간 학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단 한 건에 그칠 정도로 안전한 학교로 명성이 높았던 스웨덴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22일 오전 10시쯤 스웨덴 남부 예테보리 인근 인구 5만여명의 트롤하텐 지역 크로난 학교에 복면을 쓴 괴한이 나타나 흉기로 학생과 교사를 공격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가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린 남성 교사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복부 등을 찔린 17세 남학생 역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괴한은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사망했으며 또 다른 피해자 두 명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괴한은 나치 군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처럼 보이는 검은 헬멧과 복면을 쓴 채 긴 칼과 단검을 한 자루씩 들고 학교 내 식당 주변을 배회하다 갑자기 범행을 저질렀다.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현지 언론에 “할로윈 분장인 줄 알고 학생들이 그에게 다가갔고 검을 만져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괴한과 함께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과정에 교사가 나와 “아이들에 겁주지 말고 그만 돌아가라”고 하자, 갑자기 칼로 교사의 옆구리를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니클라스 할그렌 스웨덴 경찰청장은 23일 스웨덴 공공 라디오에 “용의자가 피부색을 가려 희생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여 일단 인종 증오 범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을 수색한 결과와 그간의 행동, 희생자를 선택한 기준 등을 종합해 볼 때 인종증오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도 “괴한이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유색인종을 찾아 공격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앞서 경찰은 괴한이 트롤하텐 출신의 21세 남성이라고 밝혔으며 현지 언론들은 그가 안톤 룬딘 페테르손이라는 이름의 트롤하텐 주민이라고 보도했다. 반인종차별단체인 엑스포는 “그는 지난달 극단주의자 운동과 반 이민자 운동에 동조하는 행동을 보였다”며 “극우 사상에 공감하는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는 현장에 도착해 “오늘은 스웨덴의 어둠의 날”이라며 침통함을 보였으며 칼 구스타프 국왕 역시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웨덴 경찰은 이번 사건이 1961년 예테보리 근처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청년 한 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은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스웨덴의 학교 살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웨덴 사회의 개방성이 이번 비극을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로난 학교의 경우 학교 식당과 도서관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시설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보안 위험을 들어 학교 식당을 개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의 치안이 지역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안전한 스웨덴재단’의 매그너스 린드그렌은 “최근 몇년간 어떤 도시들은 훨씬 더 안전해졌지만, 범죄율이 높았던 곳은 예전보다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400명의 학생이 다니는 크로난 학교는 거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인 빌라단지 크로난가든의 중심 지역이다. 크로난가든이 있는 트롤하텐은 스웨덴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고 치안이 열악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선 급증한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들이 연관된 폭력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올 8월 망명이 거절된 난민 신청자들이 스톡홀름 근처 이케아 매장에서 2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반대로 지난주에는 난민 숙박 시설에 대한 방화 공격도 벌어졌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이전 추정치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19만명의 난민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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