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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과학책 읽기] 진화론 자연선택설로 로큰롤 설명도 가능

입력
2016.01.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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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의 진화생물학

롭 브룩스 지음, 최재천 한창석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ㆍ440쪽ㆍ1만6,500원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데닛의 언급이 과장이 아닌 것은 진화론 150년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 진화론은 거의 모든 사상과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호주의 진화생물학자 롭 브룩스는 아직도 사람들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모르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과학과 종교 사이의 해묵은 갈등, 둘째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이 진화와 어떻게 어울릴지에 대한 불확실성, 셋째 진화 과정에 대한 여전한 고정 관념.

저자는 진화생물학이 경제나 문화에 관한 연구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진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가 삶, 인류의 역사, 사회를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더 잘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총 11개 장을 할애해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다룬다. 심각해진 비만 위기, 인구의 성장과 소비의 증가, 진화와 모순되어 보이는 일부 국가의 출산 감소, 섹스와 사랑, 인간의 짝짓기와 아이의 양육, 혼인 형태, 성비와 영아 살해, 음악 특히 록음악의 성공과 관련된 이야기 등.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특히 그는 인간의 섹스와 결혼에 대한 자연사를 5장부터 9장까지 총 5개의 장에 걸쳐 깊게 파고든다. 그것은 여기에 이 책의 네 가지 주제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가지 주제란, 첫째 진화가 어떻게 사회를 만들어 왔는지 관찰하려면 그것이 섹스의 당사자 남녀뿐만 아니라 그들과 미래를 공유하는 배우자와 가족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살펴보고 각 개체에 작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 생물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리고 사회가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를 규정할 수 없지만 진화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가 어떻게 오늘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옳고 그름이라는 개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 셋째로 여성 그리고 여성과 짝을 맺고 있는 남성의 이해관계를 포함한 각 개인의 진화적 이해관계가 격렬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넷째, 남성과 여성은 그들이 태어난 환경에 가능한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진화시켜왔다는 것이다.

브룩스는 각 개체가 유한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진화의 과정에서 손익 분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진화생물학과 경제학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진화를 공부하면 사람을 비롯한 생물들이 왜 어떤 특정한 보상에 반응하는지, 왜 사람은 돈을 벌고자 하는지, 도박을 즐기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들이는지 등 이런 질문들에 대해 근본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진화는 개인이 극대화하고 싶어하는 무엇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학적 개념인 효용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중간중간 그는 유전자 결정론자, 사회구성론자 모두를 맹렬하게 비판한다. 특히 “사회구성주의자들이 유전과 환경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성차별주의’를 버리면서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도 함께 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천착하는 음악과 로큰롤 이야기는 책의 재미와 독창성을 더해준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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