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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외교’ 영국 장관 사임… 메이 내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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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외교’ 영국 장관 사임… 메이 내각 흔들

입력
2017.11.09 14:4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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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파텔 영국 국제개발부장관이 8일 아프리카 순방 도중 귀국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후 총리관저를 떠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프리티 파텔 영국 국제개발부장관이 8일 아프리카 순방 도중 귀국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후 총리관저를 떠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프리티 파텔 국제개발장관

개인 휴가 중 이스라엘 방문

정부 몰래 네타냐후 총리 등 회동

성추행 팰런 국방 사임 1주 만에

메이 내각 두 번째 장관 잃어

그린 부총리와 존슨 장관도 위기

프리티 파텔(45) 영국 국제개발부장관이 외교의례를 무시하고 개인 자격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정계인사들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8일(현지시간) 사임했다. 마이클 팰런(65) 영국 국방장관이 성추문으로 사임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내각은 두 번째 장관을 잃었다.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영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내부 리더십 위기까지 겹치며 메이 내각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파텔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제출한 사직서에서 자신의 행동이 “각료에게 요구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메이 총리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파텔 장관이 예정된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본국으로 돌아온 후 즉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외형상 사임일 뿐 사실상 파면이나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원인은 파텔 장관의 “프리랜서 외교”(영국 BBC방송)였다. 파텔 장관은 지난 8월 가족들과 함께 개인 휴가차 이스라엘을 여행하던 도중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정치인 3명 등과 12차례 비공개로 회동했다. 더구나 이 만남을 외교부는 물론 영국 정부 누구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 도중 이스라엘이 점거하고 있는 골란고원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는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거를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공식 입장과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BBC방송에 따르면 파텔 장관은 이스라엘과 분쟁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향한 영국의 지원금에 제한을 가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 측과 사전협의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스라엘은 영국과 친밀한 동맹”이나 “양국간 협력은 공식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베테랑 정치인이자 3년간 국방부를 맡았던 팰런 장관의 사퇴 후 일주일 만에 보수당의 ‘신성’ 중 하나로 불리던 파텔 장관마저 낙마하면서 메이 총리는 당장 내각 개편에 나서야 할 처지다. 사임한 두 장관 외에도 유력 각료 2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메이 총리의 측근인 데미언 그린 부총리는 팰런 장관처럼 성폭행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받고 있고,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탈퇴파의 거두였던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은 이란이 구금 중인 영국-이란 이중국적 여성의 재판 상황을 불리하게 할 발언을 내놓으면서 해임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현 내각 최대 과제인 EU와의 브렉시트 협상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유럽 지도자들이 만족할 만한 브렉시트 법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EU가 수익성 높은 업체들을 영국에서 유럽으로 이전하게 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U는 메이 총리의 유약한 정국 장악력 때문에 협상안이 타결돼도 영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리라는 의심을 품고 있어 당분간 극적인 전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정가의 혼돈 상태는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스캔들과 정치적 실패로 민심이 흉흉해져 보수 성향인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정권 붕괴설’까지 제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주간지 스펙테이터의 칼럼니스트 알렉스 매시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강경파와 온건파가 혼재된 보수당 내부마저 단속할 수 없지만 당내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총리 자리만 간신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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