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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을까 걱정 마소, 보호수 지키랴 문화재 관리하랴 할 일은 많소

입력
2015.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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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통문화대학 학생들

문화재청 소속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전통미술공예학과 학생들이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전통 가마에 넣고 있다.
문화재청 소속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전통미술공예학과 학생들이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전통 가마에 넣고 있다.

전통 문화의 매력에 푹 빠져 아예 문화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청년들도 있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문화재청 산하 국립전통문화대학 재학생들. 이곳에서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전문 기술을 배우고 있는 학생은 총 560명이다.

이 학교 학생 배선우(21ㆍ전통조경학과)씨는 지난해 1월 빽빽한 서류 뭉치로 가득한 회사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인턴 활동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곳은 이름도 생소한 ‘나무 병원.’ 이곳에선 사람의 병을 고치는 대신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를 치료한다. 한 달에 서너 번씩 전국 각지의 나무와 산림을 찾아가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일종의 처방전을 만든다. 배씨는“나무 근처 토양이나 나무껍질 등을 채취하고 분석해 상처 입은 나무에겐 코르크 등을 섞어 인공 피부를 만들어주거나 썩은 가지를 잘라내고 방수 처리한다”고 주요 업무를 설명했다.

경북 안동에서 나고 자란 배씨는 남들처럼 회사 취직을 위해 달려가는 삶 대신 수 천 년 역사를 품은 나무와 호흡하며 사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배씨는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 문화재 수리 기술자 분야의 식물보호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세진(20ㆍ전통미술공예학과)씨는 손에 와 닿은 흙의 촉감을 잊지 못해 이 학교에 진학한 케이스다. 중학교 때 부모님 손을 붙잡고 경기 이천의 한 도자기 체험장을 찾았다가 그 길로 도예와 사랑에 빠졌다. 재수까지 해서 고향인 부산에서 충남 부여로 ‘역유학’을 왔다. 배씨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평범하게 남들처럼 공부하고 취업하라’고 만류했지만 취업 준비와 입사, 퇴직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우리나라 전통 기법을 그대로 계승한 백자나 기와 등을 빚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토익 성적과 경영ㆍ경제 학회에 몰두하며 남들보다 빨리 달려나가려고 애쓰는 동안 배씨는 일주일 꼬박 도자기를 데우는 가마 앞에서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운다. 배씨는 졸업하기 전 기와를 만드는 제와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렇게 양성되는 전통 문화 관리 전문가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0년에 6,511명이었던 문화재 수리 기술ㆍ기능자 수는 2014년 8,949명으로 4년 만에 37% 넘게 늘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문화재 수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 20~30대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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