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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혼(非婚) 출산을 양지로 끌어내야 낙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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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혼(非婚) 출산을 양지로 끌어내야 낙태 줄일 수 있다

입력
2016.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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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논쟁이 뜨겁다. 지난주 말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최근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게 발단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불법 낙태는 부당 의료행위인 만큼 처벌 강화를 통해 근절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계는 아이를 낳을지에 대한 선택권은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결정권을 부인하는 낙태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낙태에 대한 처벌 수위가 올라가면 위험수당이 더해져 국내 수술비가 치솟고 해외 원정낙태가 성행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또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낙태 시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낙태 허용 범위 등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이 기혼 여성의 원하지 않는 임신 해소 등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임부가 유전병이 있거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에만 낙태가 가능하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낙태 시술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낙태는 가능한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지금도 사문화한 불법 낙태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고 해서 낙태가 줄어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1년에 최소 17만~20만명의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전체 낙태 시술의 95%는 불법이며, 이 가운데 미혼모를 포함한 비혼(非婚)여성의 낙태가 절반가량을 점한다.

미혼 임신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회적 냉대와 불이익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가들은 미혼모 출산 비중이 5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은 1.6%에 불과하다. 세계 최저수준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1.24명) 탓에 연간 출생아 수는 43만명까지 떨어졌다. 낙태로 사라지는 생명의 절반만 구해 내도 연간 50만명 이상의 출생아 수를 유지할 수 있다.

이제 낙태를 징벌적 단속의 대상이 아닌, 여성 건강 보호와 저출산 해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혼 출산과 신생아 양육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비혼 출산 여성을 따뜻이 품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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