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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쇠고기 금지법 6개월… "종교 탄압" vs "아랍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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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쇠고기 금지법 6개월… "종교 탄압" vs "아랍으로 가라"

입력
2015.09.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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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유통업자 대부분이 무슬림

언론도 "정부는 종교 문제 간섭말라"

"먹고 싶으면 인근 국가로 가면 돼"

힌두 민족주의 모디정권 강경 입장

인도 여성들이 지난달 9일 우다이푸르 라자르탄시에서 열리는 소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소를 단장하고 있다. 우다이푸르=AFP 연합뉴스
인도 여성들이 지난달 9일 우다이푸르 라자르탄시에서 열리는 소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소를 단장하고 있다. 우다이푸르=AFP 연합뉴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의 나라 인도의 마하라슈트라 주와 하리아나 주가 올 3월부터 모든 소의 도축과 소고기 판매ㆍ소비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특정 종교적 가치를 법으로 강제하기 시작하자 인도인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인도 최고 상업도시이자 마하라슈트라 주도인 뭄바이시에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소고기 금지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시민은 트위터에서 “소고기 금지 조치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닌, 인도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인도에서는 젖소로 태어나는 것이 여자로 태어나는 것 보다 더 안전하다”고도 했고 “동물원 호랑이도 닭고기만 먹는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불만이 거세지자 뭄바이 외곽 지역 미라 바얀더에서는 일정 기간에 한해 소고기 금지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

불만은 올 3월3일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와 하리아나주가 물소를 제외한 모든 소의 도축과 소고기 판매ㆍ소비를 금지하는 법안(동물보호수정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비롯됐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는 1996년 1월에도 비슷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대통령은 그간 승인을 유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 나렌드라 모디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법안 통과에 탄력을 받은 것이다. 이 법을 어기면 벌금과 함께 최고 징역 5년에 처해진다.

인도는 12억 인구 중 80%가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다. 그럼에도 암소 도축을 금지하는 주가 일부 있을 뿐, 모든 소의 도축 및 식용을 금하는 지역은 마하라슈트라와 하리아나 뿐이다. 특히 인도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인구 1,300만)를 주도로 하는 마하라슈트라는 인구가 1억명이 넘고 하리아나도 2,100만명이 넘는다.

당장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소고기 유통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농가에서는 일소ㆍ젖소가 늙어 쓸모가 없어졌더라도 자연사할 때까지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길러야 한다. 그 동안 인도 농가는 나이 든 소를 도축해 식용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종교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힌두교도를 제외한 나머지 20%는 무슬림과 기독교도들인데 이들에게는 소고기가 가장 저렴하면서도 영양 만점의 식재료다. 소고기 유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슬람 교도라는 점에서 ‘소수 종교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들도 “정부가 종교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 언론 DNA는 사설에서 “정부는 행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가 소고기 금지 조치로 종교의 영역까지 간섭하면서 지역 공동체의 조화를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거세자 모디 총리의 최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무크타르 압바스 나크비 장관은 “소고기를 먹고 싶으면 인근 파키스탄이나 아랍 국가로 이동하면 된다”며 강경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키렌 리지주 장관은 “나는 아루나찰 프라데이(인도 북동부) 지역 출신이며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이 소고기를 먹는다”며 “나 역시 쇠고기를 먹고 있으며 아무도 이를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모디 정권 입장에서는 소고기 금지 법안이 이념 정체성을 확고히 해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내기 때문에 이 조치를 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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