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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찾듯 야구장 가는 메이저리그 팬들 사생팬 있지만 시위ㆍ감독교체 요구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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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찾듯 야구장 가는 메이저리그 팬들 사생팬 있지만 시위ㆍ감독교체 요구는 안 해"

입력
2015.03.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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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팬이다. 팬이 존재하지 않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수도, 존재할 이유도 없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로 139년째를 맞이하는 메이저리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입장료가 싼 것도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의 평균 입장료는 약 28달러. 우리 돈으로 3만원이 넘는다. 가장 비싼 보스턴 레드삭스는 52달러가 넘는다. 그런데도 81차례 홈 경기 평균 관중은 3만6,000여명이다. 좌석 점유율이 98.5%에 달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좋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71승91패로 소속된 지구 최하위였다. 이런 부진한 성적에도 팬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비싼 티켓을 구입하며 구장을 꽉 메우는 것일까.

메이저리그 구장을 처음 찾았을 때 응원단과 치어리더, 일사불란한 응원 등 국내 프로 야구 응원에 익숙했던 사람으론 의아해 보였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경기를 보는 건지 먹고 떠들고 싶은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서였다. 중요한 순간에는 필드에 집중하며 환호하고, 더러는 실망도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먹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구장을 다니면서 어느 순간 깨달은 점이 있었다. 이들에게 경기 관람은 또 하나의 오락거리이며 다른 형태의 놀이 공원이라는 것을. 보스턴의 경우 팬 1인당 구장에서 소비하는 돈이 평균 80달러가 넘는다. 네 식구가 구장을 찾으면 약 35만원 가량을 쓰게 된다.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하루 저녁 3시간 유희치고는 비싼 대가다. 하지만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구장의 특색 있는 음식을 즐기고, 옆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는 데 이 돈이 아깝지 않다.

이들에게도 다이하드 팬, 즉 사생팬이 있다. 홈경기는 물론이고 원정까지 쫓아다니며 구단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한 팬들이다. 오프라인 모임도 있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최근에는 자신들만의 포럼이나 홈페이지를 만들어 팀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거기까지가 그들의 활동범위다. 직접적이나 물리적으로 참견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한 밖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시위나 감독교체 요구 등도 하지 않는다.

장기간 성적이 나오지 않는 팀의 팬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다. 우리 팬들은 과거 청문회까지 요구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1908년 우승이 마지막인 시카고 컵스 팬은 무슨 낙으로 지금도 경기장을 찾는 것일까. 지난해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를 찾은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3만2,000명이 넘었다. 같은 도시에 있는 화이트삭스는 2만명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두 팀의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매한가지지만 차이는 엄청났다. 이들에게는 우승을 못한 것도 마케팅의 한 요소이고 꾸준한 스타 배출로 팀 성적과 관계없는 로열티를 팬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래서 구단에 있어 지역 사회와의 끊임없는 연계와 사회적 기여 활동은 이런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야구는 기다림의 스포츠라 했다. 이런 운명은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기다림은 희망이다. 마치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우승하며 밤비노의 저주와 팬들의 한을 풀어줬듯 기다림을 즐기면 그 보답은 돌아오지 않을까.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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