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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마음대로 책정해 온 입학금 내역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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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마음대로 책정해 온 입학금 내역 공개해야

입력
2016.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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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에게 등록금과 별도로 부과되는 입학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청년단체인 청년참여연대가 발표한 입학금 관련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보면 대학마다 입학금이 천차만별이다. 100만원이 넘는 대학이 있는 반면 10만원만 받는 곳도 있다. 아예 한 푼도 받지 않는 대학까지 있으니, 규모나 교육 여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입학금 액수가 수십 배나 차이가 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의 자의적 입학금 책정이 가능한 것은 입학금 징수목적과 산정기준을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령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제4항에는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돼있을 뿐, 입학금의 성격과 징수목적, 산정근거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대학들도 자체기준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청년참여연대가 대학들에 입학금 산정기준을 질의했으나 대부분 근거를 대지 못했다. 한 대학은 ‘신분 취득에 따라오는 포괄적 이익에 상응하는 대가’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입학금은 입학과 관련돼 소요되는 경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입학식 비용이나 신입생을 위한 안내서 제작비 등이 산정의 근거라 할 만하다. 그것이 수십 만원씩 책정해야 할 이유일 수는 없다. 입학금이 103만원으로 가장 비싼 고려대의 경우 한 해 입학금 수입이 6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아무리 호화판으로 입학식을 치러도, 터무니 없는 액수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입학금의 지출내역 관리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대학은 입학금 지출내역을 따로 관리하지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대학들은 책정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점을 악용해 입학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잇속을 채워왔다. 수업료는 정부가 인상폭을 제한하는 반면 입학금은 신입생들이 한 번만 내는 금액이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드물 것이라는 데서 나온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 자료를 보면 사립대의 최근 3년 간 입학금 인상폭은 수업료의 6배나 됐다.

문제는 이런 불합리한 징수 관행이 거의 수십 년 째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대학이 입학금 산출근거와 지출내역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할 충분한 이유다. 정부도 반값등록금 시행과 병행해 최소한의 입학금만 받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나가야 한다. 아예 법적 근거가 없는 입학금 폐지까지도 논의할 만하다. 현재 일부 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입학금 폐지 내용이 담긴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잘못된 관행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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